[러시아 FOCUS] 한·러 기업 모두 “협력 촉진할 새 동력·계기 필요” 한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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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나는 지난 11월 6~7일 서울에서 미디어그룹 러시아 비즈니스 협회(RBC)가 주최한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했다. 거기서 한·러 양국 대표단이 논의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러시아의 경직된 에너지 정책을 개선하고,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현대화하는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였다.

한·러 비즈니스협의회(KRBC) 박종호 대표는 “한국은 무궁무진한 혁신 사례를 러시아와 공유할 수 있고, 러시아는 군사·우주항공·에너지 분야를 한국 투자자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 말은 박 대표뿐 아니라 많은 이가 기대하는 한·러 양국 관계의 미래이기도 하다. 세르게이 샤탈로프 러시아 재무차관도 “석유와 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샤탈로프 차관은 좀 더 상세히 말했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5%, 고용의 90%를 맡지만 러시아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은 21% 정도다. 이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며 “은행은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경제 분야에 더 많은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진짜 맞다. 은행 대출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경험이 있는 한국의 참여는 필요하다. 내가 알기론 한국 최대의 중소기업 지원은행인 IBK 기업은행이 러시아 VEB 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거기엔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입 지원과 정보·자문 제공이 포함된다.

대표단이 논의한 게 물론 그뿐은 아니다. 혁신과 투자도 논의됐다. 어떻게 투자를 늘리고 경제협력을 증진시켜 상호이익을 도모할 것인가. 이 점에서 모스크바시 과학·산업정책 및 기업국의 미하일 안 제1부국장은 “한국의 투자 유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를 하려면 재산세 혜택, 대출 절차 간소화 등이 필요한데 모스크바를 러시아에서 가장 투자 친화적인 지역으로 만들어 이미 세제와 대출 분야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혁신지역협의회 이반 보르트니크 사무총장도 “타타르스탄, 칼루가, 페름, 크라스노야르스크, 하바롭스크도 한국 투자자 유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모두 과학·기술,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다져나가려는 열의가 가득하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 부족하다. 학자들은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잘 모르고 그래서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빨리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려 해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KOTRA에서 러시아 지역을 담당한 바 있는 박기원 부장도 “한·러 수교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경제협력 및 투자 촉진을 위해 양국이 해놓은 일은 별로 없다”고 인정 했다. 그렇게 이틀간 토의가 마무리됐다.

손에 잡히는 결과는 없었지만 ‘양국의 기업 협력을 촉진하려면 새로운 동력과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건 의미가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한국의 속담을 믿고 싶다.

리디아 오코로코바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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