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산重 노사갈등 확산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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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조원의 분신으로 다시 촉발된 두산중공업 노사분규가 노사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긴장국면 속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전국노동자대회 개최와 두산제품 불매운동 결의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 봄 노사관계는 누적된 현안과 정권교체까지 맞물려 불안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 사건이 물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두산重은 전신인 한국중공업에서 전환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47일간의 파업과 노사 간 극단대치를 겪으며 연말에야 간신히 분규가 가라앉았다.

분신사망 사건은 이 끝에 발생한,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틀 후면 급여날이다. 6개월 이상 급여를 못 받았지만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다"는 그의 유서는 장기파업 뒤 코너에 몰린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이런 사건일수록 냉정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그러나 사태는 이성보다 감정의 증폭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 노동단체들이 뛰어들어 현장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파업 시작과 함께 전국노동자대회를 잇따라 열기로 하고,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의 행동은 정치공세로선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두산重 쟁의도 상급 노동단체가 주도했으나 결과는 노조원들의 일방적 희생으로 끝났다. 상급단체의 정치투쟁으로 또 다른 노동자의 희생을 불러서는 안된다.

무원칙한 노사 관행이 잦은 우리 현실에서 법과 원칙이 흔들려선 아무런 개선이 없다. 물론 노사 갈등의 현장에선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재산 가압류가 과도히 행사돼온 측면도 없지 않다.

두산重 사측도 이를 감안해 재산 가압류 문제와 분신 노조원 장례 등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법과 원칙의 정신 아래 부검 등 사인 규명과 엄정한 수습으로 또 다른 불씨를 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