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달러 도시’ 울산의 그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울산 스타일’이 모두 화려하고 근사한 것만은 아니다. ‘문화 불모지’란 이름표는 울산이 하루빨리 벗어던져야 할 불명예다. 1년 전 대구에서 울산으로 이사한 대학생 이진형(24·중구 성남동)씨는 주말이면 여자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간다. 연극 공연과 미술관 전시회, 프로스포츠 경기 등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울산엔 프로야구장도 없고, 소극장도 부족하다. 결국 시민들이 찾는 곳은 세 개뿐인 영화관이다”며 “돈 잘 버는 어른들이야 골프라도 즐기지만 젊은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울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울산에는 공공도서관과 박물관, 문예회관 등 문화기반시설이 26곳뿐이다. 2007년부터 전국 최하위다. 울산과 인구가 비슷한 대전에는 문화시설이 48곳이다. 울산 인구의 절반 정도인 제주도엔 90곳의 문화시설이 있다.

 여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울산에도 그늘은 있다. 울산에 산다고 모두 부자는 아니란 의미다. 기름값이 없어 한겨울 냉방에서 지내거나 지자체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울산에서 한 달 최저생계비가 150만원(4인 가족 기준)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는 2011년 말 기준으로 1만7000명이다. 울산 인구의 1.2%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 16개 시·도 중에선 가장 비율이 낮다. 서울엔 20만6000명(인구 대비 14.1%)이, 부산엔 14만1000명(9.6%)이 있다.

 한때 울산에 ‘공해 도시’란 악명을 씌웠던 환경오염 문제는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대폭 개선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물고기가 떼죽음한 채 떠올랐던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예전의 명물 재첩 채취를 재개할 정도로 수질이 맑아졌다. 시민들은 되살아난 태화강에서 울산이 안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다. 이재호(44)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업도시로 굳어진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소득 수준뿐 아니라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 울산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