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공백 한달|일손 안 잡히는 서울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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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0일 산업·청소·수도3개 국장이 대기발령 되고 전면인사파동이 분후 서울시의 공백행정은 22일째. 시장까지 바뀐 31일 현재 공석중인산업·청소·수도를 빼놓은 나머지 6개 국장들은 산더미처럼 밀린 사무처리보다 인사가 어떻게 되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덩달아 과장 계장 주사까지 자리를 비워 시청은 개점휴업상태. 항상 20여명의 손님이 들끓던 시장비서실은 텅텅 비고 유일한 실력자(?)로 추측되는 전재덕 부시장 방에는 잘 안오던 국장들까지 빈번히 드나들어 『국장회의가 자연히 이루어지더라』고 비서관은 「조크」를 던졌다.
오는 4월4일 김현옥 시장의 취임식과 더불어 확정될 국장급 인사는 혁신인사냐? 구태의연한 자리바꿈 인사냐로 청내 구석구석마다 화제가 되어 수군거리고 있다.
실장 윤치영 전시장이 인사가 난산일 때 『시청국장들도 도대체 「백」없는 사람이 없어. 결국 「백」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고 한숨지을 정도로 시청 국장급들은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 새 시장의 인사에는 적지 않은 말썽이 뒤따를 것이라는 공론들.
그러나 시청직원 중 4·19를 전후하여 공무원 채용시험으로 채용된 현재의 주사, 또는 사무관급들은 시청이 복마전이라는 명에를 벗어버리려면 혁신인사로 세대교체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국장급인사가 자체내의 서기관승진이 아니라 도입인사였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또 하나 서울시 1만2천명의 공무원의 근심은 김현옥 시장이 하루에도 1백여건이 넘는 청탁과 외부압력을 막는데는 나이나 고집이나 정치적 수완으로 보아 약하기 때문에 실무에까지 지장을 주게 할 것이라는 것. 이점에 윤치영 전시장은 관록과 저 나름의 고집이 있었다고 평이 좋다.
한편 서울시의 공백행정으로 골탕먹는 것은 3백50만 서울시민-. 큰길가에 대낮에도 쓰레기가 쌓여있고 청소대행업체인 공화실업은 서대문구청의 경우 배차된 15대의 청소차 중 6대가 고장이 났어도 청소국에서는 감독권하나 발휘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리를 뜨게 될 국장들은 옮기기 전 끝을 맞아야 할 여러 건들에 걸려 마구 서둘러 허가 등을 해주는가 하면 약속을 해 놓은 사무 처리를 위해 업자들을 소집 가면허를 내주는 등 몸도 사리는 국장들은 『자리를 옮기며 결재를 하면 말썽이 나기 쉽다』고 조속한 처결의 필요가 있는 것도 뒤로 미루기가 일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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