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B형 간염, 혈액으로 전파 … 문신·무면허 침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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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간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2위다. 경제활동과 사회의 중심인 40대의 3대 사망원인 중 하나가 간질환이다.

 간암과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다. 1980년대엔 인구의 6~8%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95년 국민 예방접종이 시작돼 10세 미만은 B형 간염 환자가 현저하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3.7%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으로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선 수직감염이 가장 많다. 엄마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감염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최근 신생아에게 출생 직후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과 예방접종을 시행해 수직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다. B형 간염의 위험은 곳곳에 있다. B형 간염 환자는 혈액 전파를 막기 위해 칫솔·손톱깎이·제모기·면도기·구강청결제 등은 반드시 혼자 사용해야 한다.

 비감염인은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감염 위험이 큰 문신·피어싱·허가 받지 않는 곳에서의 무면허 침 시술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식사·악수·포옹 등의 신체 접촉은 문제되지 않는다.

 B형 간염 환자가 치명적인 간질환을 피하기 위해선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첫째, 금주다. 장기간의 음주는 간경변증·간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음주량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지만 남자는 하루 에탄올 24g(맥주·소주 2잔 반) 이상, 여자는 12g(맥주·소주 1잔) 이상의 음주를 지속하면 간경변증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 금연이다.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흡연도 간경변증·간암의 위험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B형 간염 환자에게서 급성 A형 간염이 감염이 되면 황달 같은 증상도 심하게 나타나고 간 손상이 심하게 일어나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빈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50세 미만의 환자들은 A형 간염의 항체가 있는지 검사를 해 보고 없다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미리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치료시기가 중요하다. 혈중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는 높지만 간 기능은 정상인 면역관용기에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치료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치료제 때문에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확률이 증가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함께 간 기능 수치(GOT·GPT 수치)가 정상보다 2배 이상 높아지면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제의 효능·돌연변이 발생률·안전성·비용·환자 나이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까지 B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간질환이 진행하는 것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끝으로 B형 간염 환자와 가족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6개월에 한번은 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다.

박성재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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