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GCF 효과 과장됐다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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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 10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가을 성수기가 무색하리만큼 최악의 침체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택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고 미분양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미분양 아파트가 수두룩했죠.

온통 비관적 전망만 나오던 그때 메가톤급 호재가 터집니다.

인천시는 10월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유엔(UN)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했다고 발표합니다. GCF 이사회에서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경쟁을 벌인 끝에 거둔 성과였습니다.

GCF는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통합니다. 2020년까지 기금 규모가 8000억달러(900조원 규모)로 불어나 국제통화기금(IMF) 수준(845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11월 연수구 아파트값 0.3% 하락

송도에는 GCF 사무국 임직원 수천명이 상주하고 매년 100여 차례의 환경관련 국제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이란 이야기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 유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연간 3800억원 정도로 추산했죠. 일부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아무리 침체된 시장이지만 이정도 호재는 부동산 시장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사무국 유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송도의 6개 미분양 단지에서 100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서울 등지로부터의 외부투자자가 몰리면서 일부 아파트의 시세가 1000만~2000만원씩 뛰었다고도 했습니다. 신규분양을 한 곳엔 청약자가 대거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장이 ‘들썩들썩’하면서 2개월 가량 지났습니다. 지금 송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중개업자가 많습니다. 연수구 송도동 웰카운티1단지 인근 O공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미분양은 좀 팔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혀 체감을 못하겠습니다. 매수 움직임 전혀 없어요. 거래량도 별로 늘어나지 않았고요. 효과를 잘 모르겠습니다.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분양가 아래 매물이 수두룩합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요.

“GCF 발표되고 서울 등 외지로부터 전화문의가 세배로 늘어났었습니다. 취득세 완화 혜택도 있으니 관심이 늘어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거래량은 그다지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전화문의조차 완전히 끊겼고요. 장기적으로 GCF 효과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장은 별거 없는 거 같네요.”

시장 상황이 별로 나아지진 않고있다는 구체적인 통계치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밖에 집값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일단 송도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값은 11월 0.3% 하락했습니다. 전달(-0.6%) 보다 하락폭이 조금 줄어들긴 했네요.

송도만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조인스랜드부동산에 따르면 인천 송도 아파트값은 3.3㎡당 1264만원에서 1251만원으로 0.99% 하락했습니다.

분양 시장도 선방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GCF 유치 이후 분양해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한 오피스텔 단지의 실제 계약률을 절반 정도에도 못미친다고 합니다. 10월 이후 미분양 계약이 많았던 단지는 최근 계약 건수가 크게 줄었고요.

며칠 전부터는 심각한 논란에 휩싸여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GCF 유치 효과가 과장됐다는 겁니다.

"갈 수록 좋아질 수도"

GCF는 현재 기금이 별로 없으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하는 게 아니라 2020년부터 연간 1000억달러는 조성하도록 선진국이 노력하겠다는 약속만 있다는 겁니다.

2020년까진 조성되는 기금이 별로 없다면 KDI가 추산한 연간 3800억원이라는 경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선진국들이 기금을 적극 조성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GCF를 IMF, WB(세계은행) 등과 버금가는 규모의 대형 국제기구로 홍보한 건 과장이었다는 겁니다.

정부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태도네요. 다만 2020년까지 기금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GCF의 역할은 계속 강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효과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송도 부동산 시장은 화들짝 놀랄까요? 아닙니다.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송도 가람공인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하더구요.

“GCF 효과가 과장됐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내용의 전화문의는 아직 한 통도 없었습니다. 중개업소에 자주 찾는 주변 지역 주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장기적인 호재로 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당장 ‘들썩들썩’하다 곧 시들해 질 것으로 예상했죠.

하지만 내년 사무국이 들어오면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겁니다. 기금 규모도 어쨌든 계속 늘어나니까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겠죠. 벌써부터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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