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새벽의 범행|최대규모…광주 한은지점 「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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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광주=최성·이민종기자】30일 새벽 한은 광주 지점금고를 털어 간 「갱」단은 새벽의 고요 속에 아무 거리낌없이 멋대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지 경찰은 즉시 광주경찰서에 수사본부를 두고 광주지점 오진검사의 지휘아래 현장 검증을 하는 한편 전남북 접경지대일대를 봉쇄,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검증결과 「갱」들은 주로 5백원권만 가지고 갔으며 나주쪽으로 타고 도주한 전남영2100호「택시」가 이날 정오 현재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해안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날 범인들은 동 은행 뒷담을 뛰어넘어 들어왔다는데 눈을 쓸고있던 수위 정억일씨가 왜 담을 뛰어넘어 오냐고 나무라자 범인들은 둔기로 정씨의 뒤통수를 갈겨 실신시킨 다음 숙직실로 들어가 숙직원 심재경 장성부 김동열씨 등 3명을 범인2명이 엽총과 단도로 위협, 꼼짝 못하게 한 다음 나머지 1명은 그들이 가지고온 금고열쇠로 금고를 연 다음 미화3만「달러」와 원화 3천3백3만원(거의5백원권)을 강탈했다.
이날 흰색복면에 검정색 안경과 「캡」 등을 쓰고 들어와 범행한 「갱」단은 금고를 턴 다음 전기 숙직원 3명과 실신한 후 깨어난 정씨 등을 금고에 감금하고 도주한 것이다. 은행 숙직원들이 금고 속에 감금된 것을 안 것은 이날 상오 7시40분쯤 은행 숙직실 식모 김모여인이었는데 김씨는 숙직원들의 아침밥을 지어주려고 나왔다가 텅빈 숙직실을 이상히 여기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고 속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있어서 문을 열어주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동지점의 금고는 3중문으로 되어 있으며 제2철문 열쇠는 원칙적으로 대리급이, 제2철문은 계장급, 제3철문은 차장 및 지점장이 갖고 있게 되어있으며 이 금고를 열려면 이상 세 사람이 모여야만 비로소 금고 속의 돈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범인들이 금고 열쇠를 가지고 나타났으며 금고여는 번호까지 알고 있었다는 범행사실을 주시, 은행내부와 연관성이 있는 범행이 아닌가 보고 예의 수사중이다.

<부러진 열쇠 현장서 발견>
한편 경찰은 금고 부근에서 범인들이 금고를 연 것으로 보이는 부러진 열쇠조각을 발견, 즉시 지문을 캐기 시작했다.

<수사지도과장급파 서울시경 형사대도>
치안국은 이날 상오 수사지도과장 정상천씨를 현지에 급파, 수사지휘를 맡게 했다. 또한 서울시경은 수사과 강찬기 경위를 비롯한 민완형사 등 3명을 비행기편으로 급파했다.

<키 크고 40세 안팎|범인들의 인상착의>
범인들의 인상착의는 다음과 같다.
▲갑=1백60「센티」의 키에 30∼40세 가량. 넓은 얼굴에 색안경과 백색 「마스크」착용.
▲을=1백63「센티」의 키에 38세 가량. 머리가 크고 회색 「캡」을 썼음.
▲병=1백65「센티」의 키에 후리후리한 몸매.

<한은서 진상조사>
홍용희 한은 부총재는 이 사건에 대해 발권담당 윤희수이사와 주보린발권부장, 검사실 검사역1명을 현지에 급파, 진상을 조사토록 했다고 말하고 오늘 저녁에 돌아와 보고 받는 대로 집행부에 대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1시간 늦게 개점>
한은 광주지점은 이날 사고로 정상업무 개시 시간보다 한시간 늦은 상오 10시부터 업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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