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재정 살찌우는 ‘과천 경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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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스피더스’ ‘총알공주’ ‘흑룡비상’….

 경마의 도시 과천시가 키우고 있는 경주마들의 이름이다. 달리면 달릴수록 과천시에 상금을 안겨주는 복덩이다.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인 이 말들이 요즘 과천시 재정을 살찌우고 있다.

 과천시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 소속 경주마를 경마에 출전시켜 5억원이 넘는 상금 수익을 올렸다. 마사회에 소속된 마주(馬主) 412명(기관 포함) 중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승률 10위를 기록했다.

 시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마주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과천시가 가장 먼저 마주 자격을 획득했다. 과천시는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경주마를 관리하고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과천시 소속 경주마는 모두 아홉 마리다. 말 값은 마리당 5000만원이 넘는다. 신생 팀이지만 저마다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 살짜리 암말 ‘총알공주’가 첫 우승을 따낸 데 이어 ‘스피더스’와 ‘흑룡비상’ 등이 각종 경주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올해에만 54회 출전해 1위 10회, 2위 6회 등 4억3646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상금은 마주가 78%를 갖고 나머지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기수가 나눠 갖는다.

 마주사업은 상금뿐 아니라 지자체의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크다는 게 과천시 생각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 스포츠 구단과 달리 적은 돈으로 연고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마사회가 집계한 경마 인구는 연인원 기준으로 2000만 명을 넘는다. 이 때문에 전북 장수군, 경남 함안군, 경북 상주시 등 마주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마주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경마 응원문화도 지역 연고가 있는 구단을 응원하는 야구나 축구처럼 열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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