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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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Q낚시회는 맹장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이름난 장안의 명문이란다. 정회원 백명으로 공무원, 사장이 있는가 하면 상인, 기자가 있고 군인, 교수도 있어 마치 직업전람회와 같다. 이들에게 공통된 것이라야 그저 짐짝이 셋, 모두 자가용차가 없고, 그리고 공처가가 아니라는 것 정도랄까?
하고한날 모이지만 화제는 언제나 단하나. 서로 [형]과 [씨]로 통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 나간지 이제 3년째가 됐다. 그러니까 실력으론 겨우 [인턴]수료 정도. 어쩌다 비누 서너개라도 타게 되면 아무개가 고기를 다잡는다고 차내는 온통 웃음바다가 되곤 한다.
이들에게 그럭저럭 많은 것을 배웠다. 긴대가 안되면 짧은 대로, 깊은 곳이 안되면 얕은 곳으로. 좁은 장소가 안되면 넓은 장소로 바꾸라든지, 동풍이 불면 붕어가 멀미를 하고 남풍이 불면 붕어가 식욕을 잃는다든지 하는 사실 등…. 낚시상이 주로 남비·주전자·밥통 같은 부엌살림살이라는 것도 재미있지만 행운상이 재수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것은 더욱 걸작이다. (그러고 보면 마누라는 역시 무서운 존재인가 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은 낚시꾼기질. 남이 쳐들어(?) 올까봐 대6개를 부채모양으로 펼쳐 놓는 정도는 약과, 지나가다 조황을 살피노라면 찌가 움직이는데도 채질 않는다. 잘되는 친구에게 미끼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엉뚱하게 대답한다. 뿐이랴, 몇몇 [베테랑]들이 가진 미끼의 비방은 도저히 알아낼 도리가 없다. 아마 죽을병을 고쳐준다 해도 이것만은 대줄 것 같지가 않다. 떡밥을 빚을 때는 자기 아들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한다니까.
아뭏든 인성의 일변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있어 재미가 있다.
[만잡을 찌끝에 무산시켜 이속조량하는]낚시가 어찌 하필이면 낚시질이요, 낚시꾼이냐고 화를 낸 명사가 있었다.
낚시는 [골프]와 달라 보다 평민적이어서 좋고, 등산과 달라 보다 정적이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낚시꾼기질에는 해학이 있어서 좋다. 낚시꾼이면 어떻고 낚시질인들 어떠리. (의박·서울대의대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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