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한 10대 소녀의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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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필요하고 잘 곳도 필요해 시작했지만 이제부터는 땀흘려 일하며 돈을 벌고 싶어요" 7일 오전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는 앳된 얼굴의 노랑머리 10대 녀가 자신과 성매매를 한 남자들에 대해 경찰이 조사한 피의사실에 대한 사실 확인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100명이 넘는 성인 남성들과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 '를 해왔다고 털어놓는 박모(19.고2중퇴) 양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를 하듯 가끔씩 눈물을 보이며 경찰의 심문에 답변했다.

경북 경주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박양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난해 가출한 뒤 친구와 함께 여관 등을 전전하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가장 손쉽게돈을 벌 수 있는 청소년 성매매에 발을 들여 놓았다.

박양은 매일 인터넷 PC방에서 '돔 줄분(도움 주실 분) ', '알바함(아르바이트 합니다) ' 등 일반인들은 생소할 수 밖에 없는 채팅 용어로 대화방을 만들고 메모를 보내오는 남자들과 만나, 성매매를 시작했다.

매번 짧은 시간에 15만-20만원을 벌 수 있었던 박양은 지난해 중반부터는 대구외에도 포항, 부산, 마산 등 영남 지역 전역을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성매매를 하기 시작했고 은행에 저축도 했다.

그러나 박양은 쉽게 번 돈을 성형수술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하고 돈이떨어지면 또다시 남자들을 만나는 등으로 방황하던 중 최근 한 경찰관의 설득으로자신의 생활을 청산키로하고 성관계를 가진 남자들의 연락처를 경찰에 털어놓았다.

박양은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한 남자들이 많아 이들을 다시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에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 남자들의 연락처를 남겼기 때문에경찰은 쉽게 피의자들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양이 제공한 정보로 수사를 진행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신원이 확인된 이모(30.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씨 등 성인남자 20여명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7일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양을 설득해 수사를 펴 온 수성경찰서 정우섭(34) 경장은 "박양이 비교적 오랜 기간에 성매매를 해왔기 때문에 밝혀진 것 외에 더 많은 피의자가 있을 것으로보고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수사 경찰관에게 다시는 청소년 성매매와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며 일자리 알선을 부탁하는 등 탈선 행각에 대해 뒤늦은 후회와 함께 새로운 다짐을 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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