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곤감독 '꽃섬' 베니스 시사회 반응

중앙일보

입력

올해 신설된 베니스 영화제(58회) 의 또 다른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 (Cinema of the Present) 에 출품된 송일곤(30) 감독의 '꽃섬' 이 5일 오전(현지시간) 리도섬 살라그란데 극장에서 공식 시사회를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폴란드에서 공부한 송감독은 1998년 '간과 감자' 로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다음해 '소풍' 으로 칸 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가 장편 연출을 선언했을 때 누구나 "그의 데뷔작은 작가주의적 경향이 짙은 영화가 될 것" 이라고 예견했다. 소문대로 그는 구원과 안식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부각시키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다.

깊은 상처를 지닌 10.20.30대 세 명의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슬픔과 고통이 없다' 는 환상의 섬으로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무비다.

송감독은 시시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남성 중심의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사실주의 영화가 주류인 기존 경향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고 말했다.

시사회에는 감독의 지명도가 낮은 탓인지 여느 시사회보다 적은 5백명의 각국 기자 및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영화에 공감하는 수위는 높은 편이었다.

오히려 유럽 예술영화 스타일을 닮아서인지 국내 평론가나 언론보다는 유럽 쪽에서 더 호평받는 분위기였다.

프랑스 APDN TV의 프랑수아 제라르 기자는 "배우들의 연기에 놀랐으며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도 아주 새롭다. 배우들의 눈이 카메라를 본다기보다 관객의 눈을 쳐다보는 듯했다" 고 말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여성을 주제로 한 힘 있는 영화' '감정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솜씨가 뛰어나다' 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별도로 송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송감독은 뛰어난 예술가적 기질을 갖췄다. 소재의 선택도 대담하고 완성도도 높다. 아마 10년 후면 예술 영화계에서 눈에 띄는 감독으로 성장할 것" 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동양적인 색채로 유럽적인 감성을 끌어내려는 영상이 "어색하다" "이채롭다" 로 엇갈리는 한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후반부에 영화를 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몇몇 관객은 자리를 뜬 반면 일부 관객은 종영 후 1분이상 박수를 보내는 열성을 나타내기도 해 작가주의적 작품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줬다.

" '꽃섬' 이 유럽에서 통할 것" 라고 자신하는 프랑스 카날플러스의 자회사인 와일드 번치가 전세계 배급을 담당하며 국내에는 11월께 개봉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