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 BBC 오보 퍼날랐다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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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의 정보기관 MI6는 2008년 ‘향후 국가 안보를 위협할 열 가지 위험요소’ 중 하나로 ‘인터넷에 떠도는 거짓 정보’를 꼽았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영국에서 불거진 트위터 소송 대란은 이를 실감케 한다. 영국의 트위터 이용자 수천 명이 BBC가 보도한 성범죄 오보를 퍼 날랐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26일 보도했다.

 오보의 피해자는 보수당의 앨러스테어 매칼파인 상원의원이다. BBC 보도 프로그램 ‘뉴스 나이트’는 지난 2일 한 정치인의 아동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가해자를 익명 처리했지만 사실상 매칼파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단서들을 공개하는 바람에 그는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가해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본지 11월 12일자 22면]

 BBC는 사과·정정 보도와 조지 엔트위슬 사장의 사임, 매칼파인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18만5000파운드(약 3억2000만원)의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오보 내용을 후속 보도한 방송사 ITV도 12만5000파운드의 보상금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매칼파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오보를 사실인 양 소개한 유명 트위터리언 20명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인기 코미디언 앨런 데이비스, 존 버커 하원의장의 부인 샐리 버커, 가디언지 칼럼니스트 조지 몬비오트 등이 대상에 올랐다. 매칼파인은 이들 외에 단순히 퍼 나르기만 한 트위터리언 수천 명에 대해서도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매칼파인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RMPI는 사죄하고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트위터리언에게 e-메일 자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오보 내용을 언급한 전체 트위터리언들을 대상으로 어느 수준까지 문제 삼을지는 아직 명확히 하지 않았다.

 영국의 미디어 전문 변호사 팀 로리스는 “대부분의 사람은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 자신이 공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글을 올리기 전에 이를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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