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 폭력 + 섹스' 스릴 두배

중앙일보

입력

공포영화는 멜러물과 더불어 샘이 마르지 않는, 지속적으로 맥을 이어오는 인기 장르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 '엑소시스트 디렉터스컷' '소름' 등 최근 상영된 공포물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이 장르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노쇠하지 않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공포영화의 가교 역할을 했던 1960년대 전후의 영국 공포영화가 집중 상영돼, 공포영화 계보의 한 마디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아트선재센터와 시네마테크 부산은 주한영국문화원과 함께 5일부터 16일까지 '영국 해머 공포영화제' 를 개최한다.

9일까지는 서울 아트선재센터 02-733-8949, (http://www.artsonje.org)에서 열리고,

12일부터 닷새간은 시네마테크 부산(051-742-5377) 에서 상영한다.

상영작은 '쿼터마스 엑스페리먼트' (1955년)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1957년) '드라큐라' (1958년) '늑대인간의 저주' (1961년) '뱀파이어의 연인들' (1970년) '버진 뱀파이어' (1971년) '뱀파이어 서커스' (1972년) 등 7편이다.

'해머공포영화제' 라고 이름 붙인 것은 상영작들이 해머영화사(Hammer Production Ltd) 에서 제작된 영화들이기때문이다.

1934년 설립된 해머영화사는 할리우드에서 공포물이 인기를 잃어가던 1950년대에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를 양산하면서 이 장르에 확고한 영향력을 끼쳤던 경험을 갖고 있다.

공포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에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이른바 B급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세트나 등장인물만 조금씩 변화시켜 가면서 다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포물에 시리즈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제작자나 감독을 쉬 매너리즘에 빠지게 했다. 1950년대 이후 공포영화의 주된 흐름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드라큐라' '뱀파이어' 류가 특성을 잃어가면서 관객들의 식상함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틈탄 것이 영국의 해머프러덕션이었다.

해머영화사는 공포물에 폭력과 성(섹스) 적 요소를 이전보다 과감하게 도입했다. 처음으로 컬러로 공포영화를 찍음으로써 유혈의 낭자함이 더욱 부각되었고 여성을 흡혈귀로 내세워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1951년부터 영국의 검열 제도가 느슨해진 것도 일조했다.

특히 이번에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드라큐라' '늑대인간의 저주' 세 편을 연출한 테렌스 피셔(1904~80) 는 해머 영화사의 간판격 감독으로 '해머공포영화' 라는 타이틀을 정착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오페라의 유령'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시리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그는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나 '엑소시스트' 등 현대 공포물에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영화는 매일 오후 4시부터 상영하며 7일 오후 6시에는 '해머프러덕션' 에 관한 강의도 있다. 강사는 영화평론가 심영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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