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갈라놓은 광교신도시 공공보행통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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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2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광교신도시 내 상록자이 아파트. 10개 동에 1035가구가 들어선 규모가 큰 단지다. 단지 한가운데에는 공원처럼 꾸민 호젓한 보행자 통로가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아파트 주민들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며 만든 공공보행통로다. 이 길은 외부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광교역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광교신도시에는 이런 보행통로가 10개 있다.

 그런데 이 길이 이웃 사이에 갈등을 키우고 있다. 공공보행통로가 설치돼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하다며 길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길을 막았다가 시가 철거한 뒤부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 측은 지난 8월 공공보행통로 광교역 방향 입구에 번호키를 단 보안문을 설치했다. 비밀번호를 아는 아파트 입주민들만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막은 것이다. 그러자 인근 아파트 주민이 24시간 개방하도록 되어 있는 공공보행통로를 막은 건 불법이라며 관할관청인 용인시에 민원을 냈다. 용인시는 지난달 말 보안문을 철거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시작됐다. 아파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범죄에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m 길이의 보행통로는 외부인에 의한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 2곳이 길과 맞붙어 있었다. 범죄를 감시하는 건 한쪽 입구의 경비실과 입구, 놀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 3개가 전부다. 입주민 정모(38·여)씨는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 어린 자녀를 가진 사람으로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용인시의 입장도 난처하다. 앞으로 2년간은 이 길을 폐쇄할 수 없다. 길의 용도가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돼 있어 최소 2년 안에는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인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외부인에게 완전히 노출되는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법적으로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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