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바뀐 사령탑 셋, 하나같이 FA 시장서 빈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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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응용 감독

새로운 감독 밑에 새로운 선수는 없었다.

 지난 19일 문을 닫은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한화·롯데·넥센은 선수를 한 명도 사들이지 못했다.

 이들 3개 팀은 시즌 종료 후 신임 사령탑을 선임한 공통점이 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전임 감독에게 물은 것이다. 새 감독을 옹립한 세 구단은 선수 보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았다.

 그런데 세 구단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하게 오프시즌을 마감했다. 신임 감독에게 힘을 실어 줄 시점에서 선수 보강을 포기한 셈이다.

 지난달 초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응용(71) 감독은 구단에 “FA 두 명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에이스 류현진의 잔류도 희망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계약을 앞두고 있고, 한화는 류현진 이적료(280억원)와 지난 15일 송신영을 신생구단 NC에 내준 대가로 받은 보상금(10억원) 등 총 290억원을 손에 쥐고만 있었다. 한화가 노렸던 투수 정현욱은 LG로, 외야수 김주찬은 KIA로 갔다. 꼴찌팀이 선수 보강은커녕 오히려 투수 2명을 잃은 것이다. 김응용 감독은 “별수 있나”라며 속만 끓이고 있다.

 양승호(52) 감독 사퇴 후 김시진(54) 감독을 영입한 롯데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톱타자 김주찬과 4번 타자 홍성흔(두산)을 빼앗겼다. NC에는 왼손 투수 이승호를 내줬다. 김시진 감독은 14일 취임 후 닷새 만에 선수 3명을 잃었다. 염경엽(44) 넥센 신임 감독의 2013년 구상도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4강 경쟁팀인 LG·KIA·NC 등이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지만 넥센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화됐다.

 FA 영입은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력보강책이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임 감독을 내보냈던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가장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이러니다.

 이들은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는 꽤 빠르게 움직였다. 한화는 박찬호·김태균·송신영, 롯데는 이승호·정대현, 넥센은 김병현·이택근을 영입했다. 감독 계약기간 만료에 앞서 FA를 영입했고, 단기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감독 교체를 하고 마치 전력을 보강한 것처럼 이후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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