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석의그린세상] 골퍼들의 그림자 캐디

중앙일보

입력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25)가 지난 27일(한국시간)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막을 내린 월드 골프 챔피언십 NEC 인비테이셔널에서 짐 퓨릭(31)과 서든데스 플레이오프 7번째홀까지 가는 사투끝에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우즈는 3라운드 내내 선두를 뒤쫒다 마지막날 선두 퓨릭과 한조가 되어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대결을 벌였다.

‘8자 스윙’으로 유명한 퓨릭의 캐디는 ‘해마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마이클 코언.

코언은 우즈가 96년 프로로 전향한 후 매스터스 우승을 포함 7승을 합작하며 2년 6개월을 동고동락했던 베테랑 캐디로 전주인을 챔피언조에서 적으로 해후한 것이다.

‘골프신동’이 PGA에서 날개를 다는데 일조를 했던 코언은 우즈만큼 유명세를 타자 괘씸죄(?)로 해고를 당했었다.

우즈와 좋지 않은 추억을 지닌 코언은 이날 그린위에서 퍼팅라인을 읽고 또 읽는 등 평소보다 신중하게 퓨릭을 보필했지만 퓨릭이 번번이 버디펏을 놓치며 결국 호랑이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골퍼와 캐디는 ‘바늘과 실’ 처럼 우승을 향해 나가는 협력자로 매우 중요한 관계다.

자연히 필드에서 협력 관계가 삐끗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선수들은 박세리만을 제외하고 대부분 캐디문제로 속을 썩고 있다.

‘호주 유학파’ 박희정은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8월3일~6일)에서 캐디가 전날 술을 먹고 아침 티오프 시간에 나오지 않아 부랴 부랴 로컬 캐디를 고용해 경기를 마쳤다.

펄 신, 김미현을 거쳐서 올시즌 장 정의 가방을 메며 한인선수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라이널 매티척(캐나다)은 장 정의 성적이 저조하자 돈벌이가 좋은 선수들에게 기웃 거리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다 캐나디언 우먼스 오픈(8월 20일)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PGA투어에서 외롭게 활동하고 있는 최경주도 지난해 캐디문제로 심한 가슴앓이를 했었다. 최의 투어 첫 캐디 케이시 커는 영어가 부족한 최를 위해 도와주다가 급기야는 자신이 매니저처럼 행동했었다.

물론 처음에는 특급캐디라고 투어 생활을 영원히 같이 할 것처럼 치켜 세우다 성적이 안좋으면 모든 책임을 캐디에게 돌려 해고를 밥 먹듯 하는 일부 선수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캐디는 필드에서 핀까지의 거리, 그린의 라이 등을 알려주며 선수들이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다. 어떤 형태이든 필드에서만큼은 캐디와 선수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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