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꼴찌를 1위로, 놀라워라 위성우 매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숨도 못 쉬게 선수들 조련했죠.”

 위성우(41·사진) 우리은행 감독이 밝힌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선두 돌풍의 이유다. 우리은행은 19일 현재 9승2패로 단독 선두다. 지난해 거둔 7승(33패)은 이미 넘어섰고, 창단 최다인 정규리그 7연승 행진 중이다.

 위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다. 2005년 신한은행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휘봉을 잡기는 처음이다. 그는 “감독직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갑자기 부임했다”고 했다. 하지만 6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신한은행에서의 코치 경험은 큰 밑거름이 됐다. 우리은행은 선수층이 얇고 개인 기량이 뛰어나지 않은 팀이다. 위 감독은 비시즌 기간 하루 6~7시간 강훈련을 통해 체력 및 수비 전술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선수단 내에서 “지옥훈련이다” “선수 생활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도 새어 나왔다. 위 감독은 “처음 군대 가면 사병들이 정신 못 차리지 않나. 훈련량이 워낙 많아 우는 선수들도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침대에 누우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위 감독은 지난 4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우리은행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지옥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행히도 선수들이 끝까지 잘 따라왔다”며 고마워했다. 위 감독은 “맏언니 임영희(32)가 불평 없이 강훈련을 소화하면서 후배 선수들도 잘 따라와줬다. 양지희(28)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박혜진(22)과 이승아(20)도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신한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은 전주원(40) 코치는 ‘저승사자’ 위 감독을 대신해 어머니 역할을 했다. 위 감독은 “내가 경험 있는 지도자가 아니어서 선수단을 쥐었다 놨다 할 줄 모른다. 우리 코치들이 정말 잘 도와준다”고 했다.

이형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