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웃돈이 1억…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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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얼마요? 1억원이요?” 분양 당시 ‘제2의 판교’, ‘청약 돌풍’ 등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인기가 있었던 건 알았지만 이 불황기에 웃돈만 1억원이라니 놀랍습니다. 경기도 광교신도시 얘깁니다.

연말 5000여 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이라 인근 중개업소에 시세를 물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시세가 낮게 마련이죠.

여기에 대부분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선 분양가 이하에도 매물이 나오곤 해서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84㎡(이하 전용면적) 남향에 좋은 층 매물은 얼마 정도 하냐고 물으니 중개업소 사장님 왈, ‘1억 정도 생각하셔야 해요’랍니다. 무슨 소린가 싶어 다시 물으니 분양가에 1억원은 더 줘야 살 수 있답니다.

그럼 남향이 아니어도 좋으니 저층으로 싼 매물을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최소 6000만원은 웃돈을 줘야 한답니다. 집주인하고 가격 조정 좀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힘들 답니다. 9월만 해도 7000만~8000만원씩 웃돈 얹어서 거래가 성사된 단지라 조정 여지가 없답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이야 웃돈 1억원 쯤은 큰 관심거리가 못됐지만 2~3년새 집값이 수억원씩 떨어지는 일이 허다한 요즘 같은 시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값이 떨어지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할 판인데요.

더구나 주변 지역을 둘러보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광교신도시는 용인시 수지구, 수원시 영통구 일대와 맞붙어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최근 4년새 집값이 20% 이상 떨어져 수도권에서도 하락폭이 큰 곳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이라 분양가가 싸서 웃돈이 붙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광교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200만~1300만원입니다. 84㎡형의 경우 가구당 3억9000만~4억2000만원 정도입니다.

분양 당시 인근 수지구 일대 아파트 시세와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되레 주변보다 비쌉니다. 광교신도시 84㎡형은 4억4000만~4억9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습니다. 인근 아파트값은 3억2000만~3억6000만원 정도입니다. 새 아파트의 장점만이라기에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네요.

인근 지역은 힘든데 광교신도시 혼자 잘 나가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가봤습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세곡동으로 접어드니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헌릉 나들목이 나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25분쯤 달렸을까, 광교상현나들목입니다. 강남에 직장이 있다면 출·퇴근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도시로 들어서니 어, 1년새 많이 달라졌습니다.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말만 해도 딱 대형 공사장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온통 공사판이더니 여기저기 들어선 아파트 덕분에 제법 주거지 같습니다. 굵직한 기반시설은 거의 완공됐네요.

경기도청 신청사 등 아직 지어야할 건물이 많이 남아 한동안 망치질 소리는 끊이지 않겠지만 상가도 생기고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 그 말 많고 탈 많던 경기도청 이전도 다시 급물살을 탔습니다.

뭐, 아직 빈 땅이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연말에 입주하는 아파트 5000여 가구에 오피스텔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경기도청 신청사가 완공(2016년 예정)되면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 같네요.

테크노밸리·경기도청 등 있어 유입인구 꾸준할 것으로 기대

제법 주거지의 모습을 갖췄다고는 할 수 있고요. 강남까지 40분 정도면 출·퇴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6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은 것이 이해는 잘 되지 않습니다. 강남이 가까운 것으로 치자면 수지가 더 가깝습니다.

웃돈을 붙여서라도 광교신도시 아파트를 사려는 이들은 대부분 광교신도시의 미래에 후한 점수를 줍니다.

우선 새 교통망이 뚫립니다. 교통은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호재로 꼽히죠. 2016년께 신분당선 연장선이 뚫리면 환승 없이 30분이면 강남까지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을 강조한 명품신도시라는 점도 실수요를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평입니다. 주택시장에서 학군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교육’은 대한민국 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주택 수요자를 움직이는 요소입니다. 광교신도시에는 에듀타운이라는 교육특화지구가 조성되는데요, 각급 학교는 물론 청소년 수련관 등 다양한 교육 관련 시설이 모입니다.

중요한 요소가 또 있습니다. 바로 자족 기능이 있다는 점입니다. 판교신도시도 집값 상승의 든든한 후원자가 테크노밸리라는 업무단지죠. 업무시설을 따라 유입 인구가 끊이지 않는 덕에 높은 몸값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광교신도시에서 테크노밸리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대거 몰리는 경기도청도 이전합니다. 배후 주거 수요가 든든하다는 평입니다. 적어도 수요가 적어 집값 떨어질 걱정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7월 중소형 아파트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거래가 솔솔 시작된거죠. 광교신도시 전매제한 기간은 주택 크기에 상관없이 계약 후 1년입니다. 당초 중대형만 거래가 가능했는데 정부 정책 덕분에 중소형도 거래가 가능해진거죠.

아직까지 중대형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분양가에 1000만~3000만원씩은 더 줘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 지역이든 아직까지는 중소형 선호도가 높네요.

인근 중개업소 사장님들은 단호하게 광교신도시 주택시장이 9월께 바닥을 쳤다고 말하네요. 웃돈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주거 여건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개발 호재가 슬슬 모습을 드러내면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당장 공사를 중단했던 경기도청 이전이 다시 재개되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광교신도시를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광교신도시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도 솔솔 살아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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