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이동국 '시련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위기의 남자' 이동국(22.포항 스틸러스).

소녀팬들의 괴성도 잦아들었고, '라이언 킹' 이란 늠름한 애칭도 빛이 바래간다. 프로축구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축구팬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동국은 지난 17일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에서 돌아온 뒤 29일까지 벌써 네 경기째 정규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포항 최순호 감독은 지난 21일 "이동국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제 기량을 회복할 때까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 고 선언한 뒤 1군 엔트리에서 그를 제외했다. 단호하지만 당연한 조치였다.

이선수는 첫 경기인 7월 7일 성남전에서 골을 기록해 "역시 이동국" 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이후 경기에서 골.도움은커녕 느린 움직임과 부정확한 슈팅으로 숱한 찬스를 날려버렸다. '혹시나' 하면서 그를 지켜보던 팬들도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독일 가서 뭘 배웠나. 기량이 오히려 떨어진 것 같다" 는 혹평도 나왔다.

최감독은 "체력과 정신력 모두 문제다. 훈련량이 부족해 근력이 떨어져 있고, 유럽 재진출 실패로 인한 좌절감도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고 진단했다. 최감독은 이선수의 회복 상태를 지켜본 뒤 9월 초순부터 그를 다시 불러 올릴 생각이다.

그러나 이동국이 1군에 복귀한다 해도 경기에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 그의 대타로 들어온 코난과 샤샤가 제몫 이상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난은 26일 울산전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샤샤도 부상에서 회복해 예리한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국은 발이 느리고 개인기가 부족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체격조건과 어느 각도에서든 위력적인 슈팅을 날릴 수 있는 '골잡이' 로서 능력을 갖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한때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시험받았을 정도로 패스 능력과 볼센스도 갖췄다.

이동국의 슬럼프가 길어지는 것은 한국 대표팀에도 마이너스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와 자주 불거지는 사생활 문제에 대해 최감독은 충고했다.

"나도 현역 때 절제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다. 이동국도 이제 멀리 보고 인생을 설계할 때가 됐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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