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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당 40~50% 수수료… 쌍꺼풀 수술 1000만원 들기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7호 06면

중국인 성형 관광객을 노리는 불법 브로커들의 전횡은 심각하다. 과장광고나 약속 불이행은 다반사이고, 상식을 벗어난 엄청난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의 일부 병원도 이들과 손을 맞잡는다. 필연적으로 부작용 등 의료사고가 발생하지만 사후처리는 엉망이다. 성형 코리아의 이미지를 뿌리부터 갉아먹는 셈이다.

불법 브로커 실태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K원장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병원에서 최근 양악수술을 받은 A라는 중국 여인이 우연히 알게 된 중국인 동료 B여인을 데리고 병원에 나타난 것이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B를 검사한 결과 성형외과 전문의가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코 보형물이 잘못 삽입돼 있었다. B는 K원장한테 재수술받기를 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K원장은 250여만원을 수술비로 받았다. 그런데 일주일 뒤 브로커라는 사람이 찾아와 K원장에게 수수료를 요구했다. 자신이 B를 한국으로 데려왔으니 수술비의 30%인 75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K원장은 “어처구니가 없어 내쫓았지만 주위 성형외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불법 브로커란 정부기관에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유치업자들이다. 정부는 2009년 의료관광사업을 활성화하면서 환자 유치(외국인에 한함)도 합법화했다. 현재 등록 에이전시는 4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에이전시는 각종 세금을 납부하며 환자 유치 실적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

불법 브로커들의 영업방식은 다단계다. 일단 중국 현지에 지역별 브로커들이 있다. 주로 살롱으로 불리는 미용실에서 손님을 모은다. 다음으로 도시별로 환자가 모이면 중국 전체를 관할하는 브로커에게로, 그 다음 한국 브로커에게 넘어온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내다 보니 최종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100만~200만원짜리 쌍꺼풀 수술이 1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이들은 국내 병원에서 수술 한 건당 40~50%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공식 유치업자들의 수수료(평균 15%)를 훌쩍 넘는다. 2000만원짜리 수술을 1억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식 유치업자 고릴라스마트웨이의 조정식 본부장은 “일부 중국 부유층은 비싸면 의술이나 서비스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이런 허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브로커가 소개하는 병원의 의료 수준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 본부장은 “브로커들은 명성이나 의료 수준이 아니라 무조건 자기들에게 많은 수수료가 떨어지는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병원이 여기에 동조한다는 점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정근 홍보이사는 “월세도 못 내는 개업의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수입을 보장해 주겠다는 제의를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커에게 일정액을 떼어 주다 보니 병원 수익은 악화되기 십상이다. 시술에 포함되는 실이나 보형물, 주입액 등도 저가 제품을 이용하게 된다. 제값 못 받고 수술을 해야 하는 일부 병원에서는 경험 많은 의사 대신 ‘초보 의사’가 수술을 하는 일도 생긴다. 겉보기엔 유명 병원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서비스를 못 받는 셈이다. 휴케어 해외영업팀 엄수환 팀장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기껏 쌓아 올린 성형 코리아의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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