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S매거진 ‘카자흐 고려극장’에 깊은 감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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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호 30면

11월 11일자 중앙SUNDAY엔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기사가 많았다. 무엇보다 S매거진의 커버스토리인 ‘카레이스키 예술혼 카자흐 고려극장’을 흥미롭게 읽었다. 중앙아시아 한인 선조들의 러시아 극동지방에서의 삶, 스탈린의 비밀지령에 의한 강제이주,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의 지난한 삶 속에서도 지켜낸 우리말과 문화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느끼게 했다.

1면 톱과 8면으로 이어진 ‘교과부 책가방 없는 교실에 644억 헛돈’은 우리 교육행정의 또 다른 맹점을 잘 짚어줬다. 예산 낭비뿐 아니라 교육 실패라는 면에서도 중요한 이슈를 실태·원인·대책 제시 등에 걸쳐 심층적으로 진단한 좋은 기사였다. 우리나라의 사회제도 중 크게 뒤떨어진 것 중 하나가 교육이다. 이러한 언론의 문제 제기와 정부 등 각계각층의 개선 노력이 합쳐져 미래엔 지금보다 나아진 모습을 갖췄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오바마 행정부 2기의 출범을 오바마-시진핑 시대로 연결하면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시각을 함께 다룬 기획도 눈길을 끌었다. 내용도 알찼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사진 여러 장을 써 보기 좋게 배열한 레이아웃이 특히 돋보였다. 최근 중국의 정치개혁 이슈를 다룬 기사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의 정치변동은 근래 우리나라나 일본의 정치개혁 이슈와는 역사성과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향후 중국의 근본적인 사회개혁과 사회변동이 수반될 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제정세와도 밀접한 중국의 정치·사회 변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획을 중앙SUNDAY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벌써 두 번째 김정남 망명설의 정치학’은 ‘망명의 정치학’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결국 ‘김정남이 망명했는가?’라는 독자들의 궁금증이 만들어낸 기사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기사의 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것이어서 팩트가 뭔지 궁금했던 독자들은 다소 허탈했을 것 같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 기사를 읽은 11일 밤 중앙일보 계열사인 JTBC의 시사프로 ‘탐사코드J’에서 김정남 망명을 실감나게 다뤘다. 중앙SUNDAY의 기사가 마치 방송 예고편처럼 느껴진 건 나만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여성 임원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분투하는 얘기를 담은 ‘멘토와 멘티…그녀가 묻고 그녀가 답하다’는 흔한 듯하면서도 흔치 않은 주제를 흥미있고 알차게 다뤘다. 안성규 러시아·CIS 순회특파원의 칼럼 ‘발해와 러시아 에벤키인’도 평소 관심 많은 주제여서 열심히 읽었다. 꽤 흥미있는 내용이었지만 결론 격인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비약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마도 기존에 벌어지고 있는 논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그걸 다 다루기엔 지면의 한계가 있어서였을 거라 짐작한다. 또 주류 사학계와 재야 사학계 간에 간극이 크다는 현실도 이 글을 편하게 읽는 데 장애가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신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17년간 대법원 등에서 법관으로 재직했고, 법무법인에서 건설부동산 분야의 소송과 자문 업무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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