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 판정 외국인 예약취소에 항공사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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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요즘 대한항공.아시아나 두 국내 항공사가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한국을 항공안전 2등급으로 지정한 지 열흘.

계속되는 예약 취소 문의에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문의 고객의 상당수는 외국인들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26일 "주한 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예약을 취소하거나 안전에 문제가 없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매일 10통 이상 걸려온다" 고 말했다.

"이 상태라면 성수기가 끝나는 9월부터는 탑승률이 적지 않게 낮아질 것" 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래서 아시아나는 최근 사내 전자게시판에 'SOS' 를 띄웠다. '항공기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미국으로의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라' 는 내용의 공지문이다.

실제로 FAA의 발표문에는 '개별 항공사의 안전 문제를 평가한 결과는 아니다' 라고 명시돼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3일에는 미국 항공사와의 코드 셰어(편명 공유) 중단 등 개별 항공사에 대한 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도 FAA와 미 운수부에 제출했다.

대한항공측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간부는 "주로 미국 지점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며 "항공사의 안전과는 무관한 판정인데도 이미지가 나빠져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됐다" 고 하소연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주 성명을 내 "2등급 탈출을 위해 건교부 안전감독기구에 현직 조종사들을 참여시키라" 는 요구도 했다.

항공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도 예약 취소 사태를 겪는다.

C여행사 P부장은 "미주지역 고객의 80%가 국내 항공기를 선호했지만 이번 주 들면서 절반 정도가 외국항공사로 바꾸고 있다" 고 전했다.

일본 나리타.간사이 공항을 경우하더라도 외국 항공기를 타겠다는 고객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

특히 탑승객의 10~20%를 차지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빠져나갈 경우 손실도 손실이지만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두 항공사의 걱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간부는 "1등급으로 환원되더라도 실추된 이미지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이라며 "그로 인한 손해가 지금의 기종 변경 불가 조치나 좌석공유 중단에 따른 피해보다 더 크게 될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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