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매몰비용’ 지원 서울시 반발로 안갯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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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회가 뉴타운 사업장 가운데 ‘조합 해산’ 지역에 대해서도 ‘매몰비용’(사업 추진에 쓴 돈)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서울시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뉴타운 정책의 실패 비용을 지자체에만 떠넘긴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법안이 최종 의결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뉴타운 사업 취소를 위한 ‘출구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따르면 13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할 때도 지자체가 조합이 쓴 돈을 지원한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금까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이 취소된 곳에만 비용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보다 사업이 진척된 곳에 대해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할 때에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당초 김경협(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는 구역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개별 사업장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해 지자체만 지원하는 것으로 수정 가결됐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 여력이다. 현재 서울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뉴타운·재개발 구역은 292곳이다. 그동안 각 조합이 사용한 비용은 1조3000억~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합당 평균 40억~50억원에 이른다. ‘추진위’ 해산의 경우 서울시는 사용 비용의 70%까지 지원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조합’ 해산의 경우 아직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부만 지원해도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그만한 비용을 충당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뉴타운과 일반 도시정비구역 124개 중 30% 정도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법안은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 올려졌으나 논란 끝에 재심의하기로 했다. 의원들은 ‘뉴타운 관련법을 제정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며 재심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뉴타운이 민간 사업장이긴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은 공익적 성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노후주택 정비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국고 지원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해산 조합이나 추진위가 장기간에 걸쳐 매몰비용을 나눠 낼 수 있도록 지자체가 금융권에 보증을 서는 등 현실성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뉴타운 사업장에선 법안 통과로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서울시 이문휘경 뉴타운3구역의 이우종 조합장은 “매몰비용 지원이 확대돼도 증빙을 갖출 수 없는 비용이 많아 실제로 보전받는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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