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는 왜 조용할까 … 저층 단지와 달리 가구수 늘리기 힘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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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재건축사업에 시동을 건 저층 재건축 단지와는 달리 서울 서초·강남·송파구 일대 중층(대개 10~15층)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2010년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가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을 키웠지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다.

 이주를 마친 강남구 논현동 경복, 대치동 청실, 서초구 서초동 우성2차,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초구 서초동 우성3차, 상반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도곡동 삼익 정도만 사업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 주택과 강수원 주무관은 “관심을 끌었던 은마 아파트도 안진진단 통과 이후 아직 사업 진척이 없다”고 전했다. 저층 단지와 달리 중층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층 단지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중층 단지는 기존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이 200% 정도로 저층(대개 100% 정도)보다 높은 편이다. 재건축 때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끌어올린다고 해도 용적률 증가 폭이 저층보다 적다. 저층 단지처럼 아파트 가구 수를 확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재건축은 기존보다 집을 늘린 뒤 늘어난 집을 일반에 팔아(일반분양) 사업비를 충당하는 형태다. 가구 수가 늘지 않으면 그만큼 주민 부담이 커져 사업이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층수·건축규제까지 심해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건축사사무소인 열린공간 신호영 이사는 “중층은 주택 크기가 대개 전용면적 85㎡ 전후로 넓은 편이어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적용되는 방식으로는 사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층 단지는 의무적으로 소형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1 대 1 재건축’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1 대 1 재건축의 경우 새 집 크기를 기존보다 10%만 늘릴 수 있어 소형 주택에 사는 주민 반발이 작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5·10 대책을 통해 새 집 크기를 기존보다 30%까지 넓힐 수 있게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용적률은 그대로인데 가구별 할당 면적이 늘어 일반분양 물량이 줄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민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강남권은 기본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고, 이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단은 재건축뿐이므로 주택 경기가 좋아지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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