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한기자]
서울 명동은 늘 붐빕니다. 식을 줄 모르는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명동 식당들의 음식 맛이 달달해졌다고 할 정도죠. 명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올해 처음 50만명을 넘을 전망이라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니 명동 상가의 임대료가 올해도 치솟았네요.글로벌 종합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보고서를 냈습니다. 세계 주요 번화가 임대료를 조사한 건데 명동 임대료가 세계에서 9번째로 비싸답니다.
월 평균 1㎡당 67만1276원으로 전년대비 16% 오른 겁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평(3.3㎡)당 기준으로 따지면 221만5210원입니다. 10평짜리 상가라면 2215만원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 겁니다. 강남의 번화가인 가로수길보다 대략 3배 정도 비싼 수준입니다.
명동은 임대료 상승 속도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 비싼 10곳 중 ‘톱3’에 듭니다.
올해 34.9% 올라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이 된 홍콩 코즈웨이베이와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30%) 다음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명동 임대료는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화양연화>의 그곳, 임대료도 세계서 ‘톱’
글로벌 상가 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뉴스는 홍콩 코즈웨이베이가 11년 만에 뉴욕 맨하튼 5번가를 지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올라선 겁니다. 월 평균 1㎡당 257만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코즈웨이베이하면 즐비한 명품 상가가 떠오르지만 리가든스 쇼핑센터 뒤편을 배경으로 영화<화양연화>에서 장만옥과 양조위가 데이트를 했던 장면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국적이고 멋진 장소가 많은 곳입니다. 홍콩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죠.
코즈웨이베이 임대료가 급등한 건 해외(?) 관광객의 힘이라고 합니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이 면세점과 상가를 싹쓸이 하다시피 한답니다. 올 들어 9월까지 홍콩에서 관광객이 쓴 돈이 전년대비 18% 늘어난 1380억달러인데 절대다수가 중국인이랍니다.
이 곳엔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수준의 임대료를 내는 곳이 많습니다. 최근 문을 연 러셀 스트리트의 버버리는 한 달 임대료로 770만 홍콩 달러(10억7923만원)를 낸답니다.
홍콩 중심가에 입점하고 싶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많은데 새롭게 들어올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네요.
뉴욕 5번가가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전년보다 11% 올라 여전히 막강합니다. 월 평균 1㎡당 244만원으로 1위가 차이가 크지 않네요. 당분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연간 유동인구 1억명 상젤리제 거리, 임대료 순위 2단계 상승
순위 변동이 가장 큰 곳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선 파리의 상젤리제 거리입니다.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30% 오른 월 평균 1㎡당 110만원입니다. 서쪽 끝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에 이르기까지 길이 1880m의 이 거리를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요. 연간 유동인구가 1억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도쿄의 긴자 상권은 3위에서 4위로 밀렸습니다. 최근 세이부 백화점이 긴자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상권이 주춤하나 싶더니 역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나 봅니다. 평균 임대료가 월 평균 1㎡당 103만원이라고 합니다.
그 외 10위권의 번화가는 호주 시드니 피트 스트리트몰, 영국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스위스 취리히 반호프거리, 이탈리아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독일 뭰헨 카우핑어가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두 해당지역에 여행을 가면 필수 코스로 알려진 곳이죠.
임대료가 비싸진 건 사실 환영할 만한 뉴스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상권이 국내 한곳쯤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기분 나쁜 소식은 아니네요. 그만큼 우리의 경제력이 뒷받침돼 있고 전 세계에서 쇼핑객을 끌어 모으는 곳이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조만간 명동에 들어 해외 관광객 덕분에 달달해졌다고 하는 김치찌개를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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