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슈바이처’ 강원희씨, 아산상 의료봉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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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어린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강원희씨.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1985년 네팔의 포카라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한국인 의사에게 60대 할아버지가 실려 왔다. 배를 절개하고 봉합했는데 피가 부족해 환자가 깨어나지 못했다. 아버지를 데려온 아들은 무섭다며 헌혈을 거부했다. 결국 의사가 자신의 피를 뽑아 수혈했고, 환자는 목숨을 건졌다.

 환자에게 자신의 피를 수혈해준 의사, 강원희(78)씨가 14일 24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네팔 현지에 있는 그와 14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강씨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환자 가족들이 칡뿌리 한 바구니를 가져와 고맙다고 인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30년 전 처음 네팔에 왔던 당시를 회상했다.

 연세대 졸업 후 강원도 속초에서 개업한 그는 ‘잘나가는’ 의사였다. 그렇지만 늘 허전했다. 대학 시절 슈바이처 전기를 끼고 다녔던 그였다. 82년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고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잇따르자 그는 “이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간호사인 부인 최화순(76)씨도 그를 따랐다.

 49세에 해외에서 처음 시작한 의료 봉사는 쉽지 않았다. 잠을 쪼개 네팔어를 공부했다. 가끔씩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대형병원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익힌다. 강씨는 “실력 없이 진찰하면 환자도 금세 알아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로부터 신망을 얻은 그는 네팔어로 ‘다주(형님)’로 불린다. 봉사는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에티오피아로 이어졌다. “너무 힘이 들어서 다시는 안 가겠다고 다짐하죠. 진료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는 이웃을 생각하면 또 다시 험한 길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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