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검사 “오늘 김 검사 소환” … 경찰 “우리 수사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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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기용 경찰청장이 12일 경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검 김모(51)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12일 “ 13일 오후 3시 당사자인 김 검사를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수사에 착수한 지 나흘 만이다. 경찰이 김 검사에게 오는 16일 소환을 통보하자 특임검사팀이 수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 수사를 무시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했다.

 김 검사는 2008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5)씨의 측근 강모(51·해외도피)씨에게서 2억4000만원을,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동생 유순태(46) 대표에게서 6억원을 받는 등 5~6명의 개인과 법인 등으로부터 약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검사가 자신에게 계좌 명의를 빌려준 부산 지역 사업가 최모씨에게 “(조희팔씨 측근인) 강씨가 돈을 보낸 뒤 누가 이 돈이 뭐냐고 묻거든 ‘정상적인 사업거래’라고 대답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김 검사가 자신의 차명계좌를 은폐하려 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진위를 조사 중이다.

김수창 특임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를 상대로 ▶조씨 측과 유진그룹에서 받은 돈의 대가성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을 주고받은 경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유진기업 주식을 거래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유경선 회장과 유순태 대표 형제를 피의자 신분으로 함께 불러 6억원의 성격을 조사했으며 차명계좌 명의자인 사업가 최모씨 등도 소환조사했다. 최씨는 “계좌의 실소유주는 김 검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은 조사 후 김 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임검사팀은 또 김 검사와 함께 유진기업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후배검사 3명에 대한 감찰 내용도 대검 감찰본부에서 넘겨받아 확인 중이다.

 이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했던 2008년의 검찰 수사 및 내사기록을 검찰에 요청했다. 당시 유 대표에게서 6억원을 받은 김 검사가 유진그룹이 참여했던 나눔로또 컨소시엄 사업을 내사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KT 납품비리 사건 관련 기록도 요청했다. 당시 김 검사는 옆 부서에 근무했었다.

 경찰은 김 검사가 비슷한 시기에 KT 자회사인 KTF의 한 임원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밝혀냈다.

 해당 임원은 지난주 경찰 조사에서 “수사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백만원 상당의 여행비를 대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에 관련된 것이면 (경찰이) 지휘를 받아야지, 협조요청을 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자료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임검사팀과 경찰의 이중수사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경찰에서 조사받은 관련자들을 다시 소환조사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 특임검사팀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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