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보 공개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저렴하게 받게 할 것"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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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심평원 선진화를 위한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지난 6일 만난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선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출범 12년을 기점으로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는 35년 전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이후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강 원장은 “만성질환 증가, 의술의 발전, 양질의 의료서비스 요구 등 의료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심평원의 새로운 로드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난해 10월 보건의료 전문가로 구성한 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어 심평원 선진화를 위한 토대를 준비해 왔다. 위원회는 1년간의 활동 내용을 집대성해 심평원 선진화를 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년부터 TF팀을 구성해 그동안 구상한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은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받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품질과 비용이 적정한지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요양기관(병의원·약국)의 ‘암행어사’로 불린다. 지난해만 해도 약 13억 2000만 건의 진료비를 심사했다. 이를 통해 지출한 건강보험 재정은 51조2000억원이다.

심평원은 지난 12년간 건강보험의 효율화·안정화를 위해 ▶의약품 안심 서비스(DUR) 구축 ▶의료의 질 적정성 평가 ▶진료비 전자청구 시스템 마련 등 많은 사업을 안착시켰다. 강 원장은 취임 후 의료의 질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켰다. 이런 성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인정했다.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국가뿐 아니라 일본·미국·캐나다·덴마크처럼 우리보다 건강보험제도가 먼저 싹튼 선진국이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하지만 강 원장의 평가는 박하다. 그는 “이 정도로는 클라이언트(국민·요양기관)를 만족시킬 수 없다. 앞으로 객관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한 배경은.

“심평원 출범 12년을 맞아 지속발전 가능한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했다. 미래전략위원회는 보건의료 전문가 114명으로 구성됐다. 객관적으로 심평원의 업무를 자문하고 제언하기 위해 발족했다.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심평원이 풀어야 할 과제다.”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료의 질과 비용의 적정성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국민건강과 사회보장이 증진될 것이다. 보고서에는 크게 다섯 가지 미래전략이 담겼다.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 향상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서비스 혁신 지원 ▶국민 의료선택권 보장 ▶보건의료 정책 지원 ▶심사평가 인프라 선진화 및 국제화다.”

-국민의 의료선택권은 어떻게 강화되나.

“의료소비자로서의 권익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정보를 점차 확대·제공할 방침이다. 심평원은 이미 병원평가·진료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의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면 의료기관별 가격 비교가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암 같은 특정 병에 대한 총진료비 비교도 가능하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처럼 소비자참여위원회를 구성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직접 결정하도록 하겠다. 정책결정 단계에서 국민과 소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심평원이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병·의원이 함께 가야 한다.

심평원이 병·의원을 품으려면 현재까지 모습을 바꾸고 소통해야 한다. 사실 요양기관에 심평원은 감시자이면서 규제자다. 요양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를 삭감하거나 환수하는 게 심평원의 역할 중 하나다. 특히 의료현장과 괴리가 있는 심사 기준을 만들어 소신 진료를 힘들게 한다는 게 요양기관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효과 있는 약을 눈앞에 두고도 처방할 수 없는 사례가 있다.

-요양기관을 위한 정책 개선안은.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하겠다. 특히 의료인, 다양한 의학회와 소통해 현실에 맞는 진료비 심사기준을 마련하겠다. 이를 통해 적정진료 모범병원, 환자안전 혁신병원을 만들겠다.”

-심평원의 미래비전이 구체화되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선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의료인·의료기관·진료내용·진료비 등 의료소비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또 병원평가를 확대해 공개하면 환자 안전이 보장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병원 간 진료 정보 교류 시스템을 구축하면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같은 검사를 중복하지 않아도 된다.”

● 심평원=2000년 7월 의약분업과 함께 출범했다. 진료비 등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을 심사·평가하고 정책도 내놓는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예를 들어 병·의원의 부적절한 진료비 발생을 막고, 진료비가 잘못 청구되면 환불받도록 돕는다. 병원평가 및 진료비 정보, 환자의 소재지나 질병에 따른 병·의원 찾기 같은 건강정보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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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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