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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2분기 성장률 3% 밑돌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말복이 지났는데도 늦더위가 대단하다. 그래도 절기는 어김없이 돌아와 23일이 처서다.

시장의 관심은 환율과 금리에 쏠려 있다. 미국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은 변함이 없다' 고 외쳐도 시장은 어느새 약한 달러를 인정하는 추세다. 6년 동안 강세를 지켰던 달러는 최근 일주일 새 주요국 통화 대비 4% 급락했다.

이 영향을 받아 지난주 원화 환율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좋아서 원화가치가 오른 게 아니다. 미국 경제가 나빠서 달러가치가 떨어지며 나타난 현상이라서 문제다. 수입물가가 떨어져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달러화로 환산한 물건 값이 올라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보다 적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생겼다.

시중 자금이 0.01%포인트라도 높은 곳을 찾아 짧게 움직이는 현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에 붙는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따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시중 자금은 부동산 쪽도 찔러 보고 비과세 고수익 고위험 펀드에도 들어가는 모습이다. 콜금리가 인하된 지난 2일 이후 보름새 투신사에 5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증시에도 배당투자를 노리는 기운이 있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금주에 본격화된다. 지난 17일 열려다 미룬 경제정책조정회의(22일 예정)에서 국민임대주택 20만가구 건설과 봉급생활자 세금 경감 방안 등이 거론될 것이다.

21일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는데 산업생산이나 수출실적 등을 감안하면 3%가 안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2.8% 안팎으로 본다. 3분기에는 더 나빠질 것이고, 이러다간 연간 성장률도 3%대를 장담하기 어렵다. 수출과 산업생산의 비중이 큰 반도체 가격 하락의 그늘이 짙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 표준을 맞추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한국이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추락하자 항공업계가 당장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월드컵 항공특수마저 다른 나라 항공사에 빼앗길 판이다. '항공산업의 IMF 사태' 로 불리는 이번 일은 일부 경제장관의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3일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는 날이다. 당초 계획보다 2년 9개월 앞당겨 IMF를 '조기 졸업(?)' 하는 셈이다. 9백78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으로 외환위기는 벗어났다지만,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질질 끌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로 시장의 걱정을 씻어 내야 한다. 될 듯 말 듯하며 애태우는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 서울은행의 해외매각 협상에 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미국 AIG와 공동출자 규모에 합의한 현대투신 문제가 이르면 금주 안에 먼저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 여름 휴가도 막바지다. 뙤약볕 아래서 농부들은 벼이삭을 보며 가을걷이를 준비한다. 막말로 정치판이 아무리 소란해도 경제는 쉼 없이 돌아가야 먹고 살 수 있다.

양재찬 경제부장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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