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축구' 알고 뚝심 지휘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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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새 사령탑에 오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바라보는 축구 전문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이뤄놓은 성과로 인해 코엘류가 안게 될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히딩크가 닦아놓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토대 위에서 편한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이다.

코엘류의 앞날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내딛는 첫 발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코엘류가 다음 세 가지는 꼭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지도자들을 자주 만나라.

소신을 갖고 나가라.

길게 보고 행동하라.

1970년 벤피카팀 방한경기 당시 이회택(左)의 드리블을 코엘류가 막고 있다.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 제공]
▶이용수 KBS해설위원(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외국인 감독의 경우 한국 축구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히딩크 감독도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만 1년여가 걸렸다.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국내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 그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다. 프로감독뿐 아니라 중.고교 및 대학교 감독들을 만나면 선수를 파악하고 한국 축구의 생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낯선 한국 선수들을 끌고갈 수 있는 노하우도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단지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형식적 만남은 히딩크 감독 때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만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신문선 SBS해설위원

한국 축구의 이면에는 감독을 흔드는 손들이 많다. 히딩크의 성공은 그가 이런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 데서 비롯했다. 자신의 소신을 갖고 나가야 한다. 코엘류의 부임 시점은 필립 트루시에가 일본 감독으로 부임하던 것과 비슷한 월드컵 직후다. 눈앞의 첫 목표가 아시안컵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트루시에는 일본축구협회 강화위원회(한국의 기술위원회)와 번번이 마찰을 빚었지만 자신의 방식을 고수해 성공을 거뒀다. 눈앞의 성적에 집착하면 성공은 불가능하다. 축구협회도 한국 축구를 모르는 감독이라고 선수 선발 등을 놓고 장난치면 안된다.

▶허진 전 월드컵대표팀 미디어 담당관

한국과 유럽은 축구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제3세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대개 유럽형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려 하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스타일을 정해 이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코엘류는 히딩크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많으니 한국 축구를 충분히 파악한 뒤 행동하기 바란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물론 축구협회.프로구단.언론 등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가 등을 파악해 이들과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아끼기 바란다. 감독의 능력은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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