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선 성공한 오바마의 무거운 어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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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의 선택은 버락 오바마였다. 11·6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오바마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재선 대통령의 영예를 추가하게 됐다.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하는 백인 주류 사회에서 소수 인종 출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는 기록까지 세우게 된 것이다. 미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힘을 우리는 새삼 확인한다. 피 말리는 승부 끝에 거둔 오바마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가 이끌 2기 행정부의 행운과 성공을 기원한다.

 유례없는 분열과 대립 속에 치러진 이번 미 대선은 국정 방향을 둘러싸고 두 개의 서로 다른 비전과 철학이 맞붙은 선거였다. 부자 증세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 오바마의 ‘큰 정부’론과 무차별적 감세와 규제완화, 복지 축소에 바탕을 둔 밋 롬니 후보의 ‘작은 정부’론이 격돌했다.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결과는 큰 정부론의 승리였다. 이로써 오바마는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국정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예상되는 험로를 생각하면 오바마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하원의 견제 속에 미 국민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반대 진영을 설득해야 한다. 승자 독식의 독특한 선거 제도가 아니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이번 선거는 박빙의 게임이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다.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와 16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로 미국은 재정위기의 절벽에 서 있다. 비록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실업률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는 장기 동반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 가깝다. 당선 연설에서 오바마가 밝힌 대로 특정 정파가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으로서 초당적 협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일방주의 외교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의 재선을 반기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 분위기로 읽힌다. 12월 한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관계가 공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대북 정책 조정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그동안 유지해 온 한·미 공조의 정신으로 협력한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미·중 관계다. 오바마는 이미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 왔다. 적(敵)이자 동반자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오늘 개막하는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새 지도자로 등극할 시진핑(習近平)과 집권 2기를 맞는 오바마가 경쟁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