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진핑, 한국대사에 '아리랑' 뜻 묻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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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 지도부인 차기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유력한 인사들이 모두 지한파(知韓派)로 파악됐다. 이번 18대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 수가 9명을 유지하든 7명으로 줄든 마찬가지다. 이들 유력 후보는 최소한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데다 한국의 정치와 기업 사정에 밝은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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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국가주석이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 중 한국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저장(浙江)성 서기로 있던 2005년 7월 공산당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첫 방문해 삼성과 LG·SK·효성 공장을 시찰 했다. 2009년 12월 두 번째 한국을 찾았을 때도 그는 경상북도를 방문해 한국자동차부품 산업 경쟁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8월 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리셉션에 참석해선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에게 ‘아리랑’의 뜻과 한국 축구가 강해진 비결 등을 물으며 관심을 내비쳤다.

그는 우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4월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가 베이징을 방문해 그를 예방했을 당시 그는 오랜 친구(老朋友)를 만났다며 반가워했다. 시 부주석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매결연 도였던 전남도의 박 지사로부터 환대를 받은 데 대한 답례였다.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는 남·북한의 현실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도자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세 번째로 한국을 찾기 직전 북한을 첫 방문하고 서울로 향했다. 한국에서 그는 경제단체장과의 오찬에 이어 용인 민속촌을 찾아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살펴봤는데 각 부문의 남북한 차이에 놀라움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전남 광양까지 내려가 포스코 제철소를 시찰해 관련 기술에 대한 많은 질문을 했다.

 향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도자는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다.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한 그는 역대 중국 최고 지도부 중 유일하게 한국어가 유창한 북한전문가다.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 서기였던 1992년 그는 조선족 기업인 대표를 이끌고 서울을 찾은 게 유일한 한국 방문이다. 그러나 북한과 조선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향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 장 부총리가 북한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류윈산(劉雲山) 당 선전부장은 2006년 한국을 찾았는데 선전부장답게 한국의 대표 언론으로 중앙일보와 KBS를 방문해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 관심을 표명했다. 또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서기는 한국의 첨단산업과 중소기업을 연구한 후 중국의 대표적인 첨단 산업구인 빈하이(濱海)공업구를 완성했다.

 이처럼 지한파들로 상무위원회가 구성되는데 대해 김인규 베이징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 한·중 소통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는 면에서 한국에 이익이지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의 전략을 파악하고 있어 대중 외교가 그만큼 어려울 수도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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