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정책 봇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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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권한과 한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업 임원 잔여임기를 보장한다' '정부기구인 ○○를 ○○산하에 둔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노무현 당선자조차 6일 "아침에 신문을 보면 인수위가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것처럼 비춰져 나 자신이 혼란스러운데 국민은 얼마나 혼란하겠느냐"고 걱정했다.

◇권한 어디까지=현재 인수위원회의 권한과 관련한 유일한 법적 근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령이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통과된 이 설치령에는 인수위의 업무를 ▶정부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국가주요 정책의 분석 및 수립▶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대통령 취임행사 준비 등으로 규정했다. 법조문에서 보듯 '준비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제9조와 제10조에 규정된 인수위의 권한은 대부분 자료.정보 제출 요구권이다.'위원회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때 행정기관에 대해 자료.정보 또는 의견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부 각 기관의 장은 대통령직 인수업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등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대통령당선자의 지위.권한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 때문에 논란은 인수위 월권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분과 소속의 한 위원은 구조조정본부 해체를 거론했다가 인수위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인간복제 금지법안을 인수위가 법제화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3일 오후 정순균(鄭順均)대변인은 해명 브리핑에서 "인수위가 마음대로 통치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인수위원 개인 의견이 걸러지지 않고 공개되거나 언론의 과잉 경쟁 등이 그 원인이다.

◇현 정부에도 마무리 기회를=김기재(金杞載)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취임 전 워싱턴에 가지 않고 캘리포니아에 주로 머물렀다"며 "현안은 지금 대통령에게 맡기고 당선자는 차분히 정권인수 구상에 몰두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여야 정권교체기였던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여당에서 여당으로의 교체인 데다 외환위기 같은 긴급상황도 없다"면서 "인수위가 중장기 국정 과제를 구상하는 데 역점을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만섭(李萬燮)전 국회의장은 민주당 개혁파의원 모임에서 "인수위가 과잉 의욕을 갖고 있는지, 혹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르는지 등을 걱정하고 충고하는 것도 개혁"이라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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