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스타] SBS 드라마 '올인' 송혜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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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첫선을 보이는 SBS 수.목 드라마 '올 인'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뿌리고 있다. 국민정서상 금기시돼 온 프로 도박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그린다는 점이 그렇고, 미니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45억~55억원)가 투입됐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 '허준''상도'를 쓴 사극 작가 최완규씨가 현대물에 도전장을 내민데다 이병헌.송혜교.지성.박솔미.유민 등 초호화 배역진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SBS '수호천사'이후 1년간 모든 활동을 접었던 송혜교(22)는 이 드라마에서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보내는 여인으로 돌아온다. 지난 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녀는 "데뷔 이래 가장 떨린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카지노 여인에서 동시통역사로

"저 딜러를 지명하겠소."

6일 오후 제주도 L호텔 지하 카지노. 미국에서 건너온 거물급 갬블러 마이클 장(김병세)의 손이 민수연(송혜교)을 향하자 장내는 팽팽한 긴장에 사로잡힌다.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 꿀꺽 침을 삼키고 신참 딜러 송혜교가 앞으로 나선다. "쉭 쉭". 얼굴은 굳어 있지만 송혜교의 손은 어느새 능숙하게 카드를 돌리고 있다.

'올 인'은 실존인물인 재미 프로 도박사 차민수씨를 모델로 한 작품으로 두 남자(이병헌.지성)가 사랑과 우정을 걸고 인생의 승부를 벌여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병헌은 보디가드에서 세계적인 도박사로 성공하는 입지전적 인물로, 지성은 호텔 사업가로 일가를 이루는 인물로 나온다.

도박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올 인'(All-in)은 흔히 가진 것을 다 잃는다는 뜻으로 알지만 원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는 의미라고 한다.

여기서 송혜교는 이병헌을 사랑하지만 지성과 맺어지는 운명의 여인. 수녀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수녀가 되려 하지만 운명의 장난에 의해 카지노 딜러로, 동시통역사로 인생의 항로가 바뀐다.

"어설프게 해도 통하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연기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솔직히 말해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서니까 기쁘게 참아야죠. 저도 이 드라마에 '올 인'한 걸까요?"

그러면서 그녀는 드라마 출연 전 드럼.살사댄스를 전문가 수준으로 익혔던 '인어아가씨'의 장서희를 예로 든다. 송혜교 역시 딜러로 나오는 장면이 24부 중 3,4부에 불과하지만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맹렬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서울 W호텔 카지노 교육원에서 하루 4시간씩 카드를 섞고 펼치는 법과 칩 다루는 법, 판을 읽고 계산하는 법 등을 배웠다.

베테랑 강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중력과 암기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대신 공을 돌려야 하는 룰렛 때문에 손톱을 바짝 깎았고, 손의 물집을 훈장으로 얻었다.

#고비의 미국 촬영

"미국 현지 촬영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는 게 제작진.출연진의 한 목소리다. 특히 송혜교와 이병헌은 "연기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 이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해병대 정신까지 생겼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미국에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24일까지 있었거든요. 정해진 기간 안에 모든 분량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선 모래 바람과 싸워야 했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일. 총격 신을 찍기 위해 멕시칸 갱 10명을 섭외했다. 그런데 이들과 적대관계에 있는 갱들이 "우리는 출연 안 시켜 주느냐. 그럼 지금부터 공격하겠다"고 말한 뒤 모습을 감췄다. 결국 현지 경찰의 철통 같은 호위 속에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지나간 한류, 새로운 한류

송혜교와 '가을동화'의 은서를 분리해 생각하긴 힘들다. 한국을 넘어 중화권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쉬면서 중국.동남아시아 쪽에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제 인기에 저도 놀랐어요. 몇달 전 홍콩에 몰래 갔었는데, 모자를 눌러 썼는데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녀는 연기자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연기에 임했던 것 같아 반성을 많이 했어요. 이젠 두 배로 뛰고 싶어요. 제2의 한류(韓流)도 일으키고 싶고요."

새해를 맞는 송혜교의 의지는 이렇게 야무지다.

제주=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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