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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연 5.13% 사상 최저 … “더 내려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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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지난해 말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연 4.68%, 고정금리로 2억원을 대출받은 회사원 유모(32·여)씨는 요즘 머리가 복잡하다. 대출받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출금리가 1%포인트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씨는 “짧은 시간에 금리가 이렇게까지 내려갈 줄 몰랐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고서라도 다른 대출로 갈아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 서울 신림동에 사는 이모(62)씨는 올해 처음으로 ‘투자’라는 걸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퇴직금으로 받은 돈 2억5000만원가량을 예금에 넣어 용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예금 이자로 생활비는커녕 각종 세금을 대기도 빠듯해졌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에 연 5%대 예금이 있었는데 지금은 4%짜리도 없다”며 “반 정도를 주식형 펀드에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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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超)저금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금리도 2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29일 한국은행의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13%로 전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1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예금금리는 연 3.18%로 2010년 11월에 기록한 사상 최저치(3.09%)에 근접했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7월 기준금리를 3%로 내린 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코픽스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대출자나 예금자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출·예금금리는 앞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대출자와 예금자는 재테크 계획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자의 경우 먼저 수수료 부담을 따져보고 갈아타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싼 금리의 대출로 바꿔 타다가 정작 금리 인하로 볼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큰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부장은 “만기가 짧고 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고려해 0.1~0.2% 금리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통 중도상환수수료는 돈을 갚은 기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출 원금의 1.5~2% 수준이다.

 ‘대출 갈아타기’의 성공 확률이 높은 쪽은 오래전 장기로 대출받은 경우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과거에는 CD금리에 가산금리를 2~3%씩 붙였다”며 “만약 현재 5% 중반 이상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면 대출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한남동 PB센터 강민구 팀장도 “최근 고정금리는 평균 4.8~4.9%선”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5%대의 고정금리는 낮은 고정금리나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바닥을 친 예금금리를 보며 울상을 짓고 있는 예금자에게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이제 4%대 예금도 찾아볼 수 없다. 있다 한들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양재혁 외환은행 WM센터 팀장도 “월이자 지급식 채권형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은 안정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며 “100% 원금을 지키길 원한다면 즉시연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혜미·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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