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등 4개 기관 떠나는 홍릉 글로벌 녹색성장단지 구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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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문길주(61·사진) 원장은 올봄 노심초사했다. 연구원 주변인 서울 성북구 홍릉 일대가 아파트 숲으로 바뀌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홍릉의 4개 연구기관이 내년 말까지 이사를 갈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적어 보였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민간에 부지를 팔면 연구원들의 땀과 눈물이 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문 원장은 홍릉을 과학·교육·환경이 어우러지는 종합타운으로 재개발하자며 정부를 찾아다녔다. 문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4개 기관 이전 터에 ‘글로벌 녹색성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일단 걱정은 덜게 됐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글로벌 녹색성장단지’ 정책이 실현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밑그림만 나왔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전 예정 연구기관들이 부지를 처분하기 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홍릉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어떤 문제가 있나.

 “성북·동대문구 접경인 홍릉 지역은 KIST· KDI 등 9개 연구기관, 고려대·경희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의 23%(12개)가 위치해 국가적 싱크탱크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연구와 교육이 융합된 곳이라는 지역문화가 형성됐다. 그런 곳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홍릉은 서울시내 유일의 연구단지이기도 하다.”

-‘글로벌 녹색성장단지 조성’ 구상의 주요 내용은.

 “경제와 과학 발전의 중요한 축인 홍릉단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계승하고, 녹색성장 유관기관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는 KDI 건물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술센터(GTC),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 등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KIST는 거기에 발맞춰 부설기관으로 녹색기술센터를 설립하려고 한다.”

-홍릉포럼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7월 10개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동참해 결성했다. 홍릉 리모델링에 대한 공감과 의지가 강하다. 이들의 역량을 모아 정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관 간 벽을 허물고 협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포럼에서 나온 정책을 소개해 달라.

 “정부에서 내놓은 구상 외에 한의학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한 바이오헬스 융합 연구, 녹색기술과 교육의 만남으로 볼 수 있는 녹색성장대학원의 신설, 민·군 과학기술 협력 확대 등이 제시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홍릉단지 재설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동북권 개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 서울시 등 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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