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베리아서 ‘매머드 복제’ 경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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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매머드 복제 경쟁에 도전하고 있는 황우석 박사가 지난달 29일 러시아 사하(야쿠티아) 공화국 북부에서 복제용 생체 조직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매머드 뼈와 털 등 모두 500㎏ 정도를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복제 경쟁에 뛰어든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생체(生體) 가능성이 높은 매머드 새끼 화석을 발견했다. 한·일 간에 뜨거운 매머드 복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하 공화국 북동연방대학 산하 ‘매머드 박물관 부설 연구소’의 그리고리 세멘(생체공학 박사) 소장은 25일 황우석 발굴팀이 야쿠티아 북부 영구 동토에 있는 무스하야 지역에서 매머드 뼈를 찾아내는 동영상을 중앙일보에 단독으로 공개했다. 9월 29일자 동영상에 따르면 매머드 뼈는 영구 동토 지하 5~6m, 얼음 동굴의 입구 안쪽 40m쯤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굴 당시 동굴의 기온은 생체가 냉동 보관될 가능성이 높은 영하 2~4도였으며 일부 뼈는 핏기를 머금은 듯 불그스레한 색을 띠고 있었다. 서리 같은 형태의 수정 얼음 가루에 덮인 부서진 매머드 두개골에서는 언 파리도 발견됐다. 얼음 녹은 물이 깊게 고인 동굴 바닥을 기어 들어간 황 박사는 뼈들이 발견되자 “여기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세멘 소장은 “매머드는 2만7000~2만8000년 전의 것”이라며 “언 파리가 함께 발견된 것은 사체가 신속히 영구 동토에 매장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복제용 생체 조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발굴에는 황우석 박사 연구팀 4명, 매머드 박물관 연구원 7명, 캐나다·스웨덴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4명의 내셔널지오그래픽(NGCD) 촬영팀도 동행했다. NGCD는 조만간 발굴 영상을 공개한다.

한편 일본의 긴키(近畿) 대학도 사하 공화국의 과학아카데미와 함께 매머드 부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새끼 매머드 화석을 찾아냈다. 세멘 소장은 “일본·러시아 팀이 2010년 봄 야쿠티아 북부에서 3~4세 된 매머드 새끼를 발견했다”며 “새끼는 가죽과 몸이 분리된 채 살과 내장이 없었는데 척추를 따라 예리한 칼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원주민이 그랬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새끼 매머드는 이후 실온에서 한 달간 공개됐다. 그는 “생체조직이 있었다 해도 부패해 사라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쪽은 그래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에서 이 매머드는 유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의 반출 경쟁에선 한국이 앞서고 있다. 세멘 소장은 “새끼 매머드는 아직도 서류 작업 중이라 반출을 못했지만 황우석·박물관 팀은 반출 허가를 받아냈다”며 “한국과 일본은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멘 소장은 이번 주 생체 세포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20㎏의 표본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다.

야쿠츠크=안성규 러시아·CIS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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