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출신 아랍계… B형 간염 백신값 15달러서 35센트로 낮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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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호 04면

압달라 다르 교수가 국제보건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비결은 ‘모든 인류는 한 종(種·species)이다’라는 그의 신념이다. 공감하기 쉬운 말은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국경·종교·빈부 차이가 사람들 사이를 갈라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 교수는 아무것도 인류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체험했다.

압달라 다르 교수는…

그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탄자니아에서 12형제자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푸줏간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예멘 출신이었다. 종교는 경계가 아니었다. 그는 무슬림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가장 긴밀한 동료인 토론토대 의대의 피터 싱어 교수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 캐나다인이다.

수차례 국경을 넘나들며 인류 앞에서 나라는 작다는 것을 배웠다. 우간다·영국·중동·캐나다의 순서로 옮겨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정부 장학금으로 우간다에 있는 의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1971년 우간다 독재자 이디 아민 다다 대통령이 외국인을 국외 추방하는 바람에 영국으로 쫓기듯 떠났다. 혼자가 아니었다. 우간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인도계 의대 여학생과 함께였다. 둘은 런던에서 결혼하고 런던대 의학을 졸업했다.

74년 ‘하나의 인류’를 실천하는 귀인을 만났다. 옥스퍼드대 의대 외과과장인 피터 모리스 교수였다. 그의 지도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친구이자 멘토인 모리스 교수의 성원 속에 옥스퍼드대 전임강사, 미래가 촉망되는 외과의사가 됐다. 그는 ‘뿌리’의 부름에 따랐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조상이 살던 중동에 둥지를 텄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제자를 키웠으며 오만 정부 요청으로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행복한 중동 생활이었다.

세계를 향해 떠날 차례가 다가왔다. 계기는 비극적이었다. 탄자니아에서 살던 누나 알위야가 97년 말라리아로 사망한 것이다. 다르 교수를 키운 것은 16세에 열 살이나 많은 매형과 결혼한 누나였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한 해 100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같은 인간인데도 뉴욕이나 런던이라면 80세까지 살고 가난한 곳에선 그 절반밖에 살지 못한다는 ‘부조리’가 그를 괴롭혔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려면 역설적으로 선진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야 했다. 다르 교수는 2001년 캐나다 토론토대로 옮겨 피터 싱어 교수와 세계보건기구(WHO)·빌게이츠재단 등과 함께 일했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종합하는 델파이 기법을 활용해 질병 퇴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2003년 빌게이츠 재단은 다르와 그의 동료 싱어 교수의 질병 퇴치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그의 프로젝트로 B형 간염 백신 가격을 15달러에서 35센트로 낮췄다.

다르·싱어 교수의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은 캐나다 정부는 ‘위대한 도전 캐나다’를 창설했다. 다르 교수의 도전은 계속된다. 첨단 연구실의 성과가 세계의 가난한 마을로 달려가는 지름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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