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70만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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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밭이 한참 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김을 매지요/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요/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왜 사냐건/웃지요’.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에 사는 박선화(사진)씨는 5년차 도시농부다. 인근 아파트 주민 80여 가구와 2645㎡(800여 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축구장 절반에 못 미치는 작은 논이지만 정성 들여 수확한 쌀이 지난해 1200㎏이나 됐다. 농약도 기계도 쓰지 않는 유기농 손농사로 이뤄낸 ‘작지만 큰’ 쾌거다. 이들의 하루는 논에서 시작해 밭에서 끝난다. 출근 전 논에 들러 잡초를 솎아내고 퇴근 후엔 엄마 품에 안기듯 밭에 걸터앉아 석양을 벗삼는다. 난생처음 농사를 지어보는 도시인부터 농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까지 일곡동 도시농부들은 흙과 벌레에 파묻혀서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도시 속 농업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5일제가 정착돼 건전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한 먹거리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농업(agriculture)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라는 말도 등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국내 인구는 70만 명에 달했다. 바야흐로 ‘도시농부 전성시대’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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