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장수시대] 질병보다 더 무서운 질병후유장애 ① "간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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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다. 지인 중 암을 앓거나 암으로 사망한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을 정도다. 이 때문에 암은 곧 사망을 의미했다. 장년층에 들어선 남성들이 건강검진을 회피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암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암에 걸리면 무조건 시한부 인생이 되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게 될 거란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본인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안겨줄 거란 생각까지 들면 암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인생 최악의 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를 넘어 완치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일병원 오한진 교수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의학기술로 가벼운 갑상선 암, 난소암, 위암 등은 5년 생존률이 거의 80~90%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의료계에서는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약물이나 아무런 고통 없이도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법까지 개발되고 있다. 암도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치료방법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다. 특히 간암은 환자의 비용부담이 가장 큰 암 중의 하나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암이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암 관련 환자비용부담금액 통계를 보면, 간암 치료에는 1인당 평균 6622만원이 소요된다.

간암치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고비용 시술과 향후 질병후유장애 비용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속하는 0기~2기까지 간암 환자는 간 절제술로 30%가 완치될 수 있다. 간 이식수술을 받으면 80~90%가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말기인 3기~4기에 들어선 환자는 완치보다는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는 색전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등 수명 연장에 중점을 둔다. 간 이식을 못하는 경우 간암은 향후 간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간 장애 원인의 24.8%가 간암이다. 간 장애 환자에게는 죽을 때까지 꾸준한 치료와 요양이 절실하다.

간암의 단계별 치료비용은 경우에 따라 일생동안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 병원 입원과 수술, 특수치료 등 치료비는 차제하더라도 더 이상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져 기초생활비, 추적관리비, 대체요법 등 매년 상당한 생계비가 든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장기간 간암환자를 괴롭히는 질병후유장애 비용이다. 소득을 더 이상 벌 수 없는데 지속적인 치료비와 장기 간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산층이라도 10여년에 이르는 질병후유장애를 견뎌낼 방법이 없다.

암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심으로 각종 보험 등 암 관련 금융상품들이 시중에 풍부하게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수술비, 치료비 등에 국한된다. 퇴원 이후 통원 치료비 또는 질병후유장애에 대한 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보험 상품이 흔하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장애 원인 중 55.6%가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인 질환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고로 인한 장애(34.4%)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질환후유로 장애를 겪는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2000년대 초반 업계 처음으로 질병으로 얻은 후유장애를 보장하는 담보를 선보였으며 “무배당 삼성화재 통합보험 수퍼플러스’는 이를 전문적으로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업계 최초로 질병후유장애 인정범위를 확대했다. 질병으로 인한 시각, 청각, 언어, 심장, 신장, 간 장애 등 전체 질병후유장애의 95%에 달하는 장애(장애인복지법이 정한 12가지 장애)를 보장한다. 특히 질병후유장애 대상등급을 보통 2등급까지 보장하는데 비해 3등급까지로 확대해 전체 질병후유장애 등록자 중 43.6%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불안에 놓인 수많은 가계에 이 상품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 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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