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긴 자 백악관 간다 … 불꽃 튀는 오하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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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구 1150만 명. 동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 서쪽으론 인디애나, 남쪽으론 켄터키와 웨스트버지니아, 북쪽으론 미시간 등 5개 주와 접한 주.

 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오하이오는 대선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백인이 전체 인구의 82.7%를 차지하면서도 미국 평균 유권자를 대표하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이기 때문이다. 1970년 이래 치러진 10차례의 대선에서 오하이오주를 이긴 사람은 모두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18명에 불과하지만 정치 풍향계의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다. 2012년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9월 한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49.4% 대 43.1%(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의 여론조사 평균치)로 앞섰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47.9% 대 46.1%,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트라이앵글 파크에서 선거유세를 펼치며 함께 단상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함께 선거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턴 AP=연합뉴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오후(현지시간).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오하이오주 데이턴시의 트라이앵글 파크에는 1만여 명의 청중이 몰려들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동시 출몰’했기 때문이다. 올해 오바마와 바이든이 함께 유세를 한 건 처음이다. 마지막 3차 TV토론을 마친 오바마가 다음 날 첫 유세지로 오하이오를 택한 건 이곳을 롬니에게 내줄 경우 최종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오바마의 목소리는 갈라진 쇳소리를 낼 정도로 절박했다.

오하이오 유세 현장에서 박승희 특파원과 포즈를 취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오른쪽).

 “롬니는 부유층 감세가 없다고 하더니 상위 1%에게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고 해놓고는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디트로이트를 파산시키라는 칼럼을 쓴 일도 있다. 그게 ‘롬니지어(‘롬니’와 기억상실증을 뜻하는 ‘앰니지어’의 합성어)’의 전형적인 증세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밀집한 오하이오의 민심을 겨냥한 그는 유세장의 ‘조기 투표’ 팻말을 가리키며 “롬니지어를 치유할 약은 투표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장 구석에서 오바마의 연설을 지켜보던 빌 브라이슨(엔지니어)은 전형적인 무당파 유권자였다. 그는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엔 롬니를 지지했지만 연설을 듣고 보니 오바마에게 기울고 있다”며 “롬니는 점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현장을 찾아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려는 이유가 이해됐다.

 20분에 걸친 연설이 끝나고 오바마가 청중들과 악수를 나누는 동안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을 만났다. “어제는 외교안보 분야의 토론인데도 한국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하자 카니는 “한국은 미국의 오래된 동맹이자 가장 든든한 동맹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선거는 내가 답변할 수 없는 분야”라고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공원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파라곤 로드의 사우스 빅토리센터에 위치한 공화당 선거 캠프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댔다. 사무실 벽의 게시판에는 ‘톱 10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직원인 폴 잭슨은 “4월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 중 가장 많이 유권자를 접촉한 순서대로 10명을 선발해 격려한다”고 귀띔했다. 1등을 한 존 매키디는 무려 1만2200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거전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이름을 감춘 50대 여성 자원봉사자는 “오바마는 지금까지 경제 현장에서 한 번도 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흔들리는 미국 경제를 살릴 사람은 롬니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선 24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에 이어 25일 롬니가 오하이오를 찾는다.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가 오하이오를 방문한 횟수는 무려 21차례. 평균 1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롬니는 그보다 많은 32차례로 닷새에 한 번꼴이었다. 미국의 대표 경합주 오하이오가 지닌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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