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증 장애인의 안타까운 죽음,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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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증장애인의 비극적인 죽음이 알려져 새누리당 김정록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비례대표)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 기본급여확대’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김정록의원이 밝힌 중증장애인은 고(故) 허정석(30·장애1급)씨.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근육장애로 척추가 140도 이상 휘어 일상생활자체가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었다. 특히,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24시간’ 작동여부를 항시 관찰해야 하는 ‘인공호흡기’에 생을 의지해왔다.

하지만 한달 전 활동보조인이 퇴근을 하고 고인의 어머니가 집에 오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로 숨을 쉬지 못해 결국 서른 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이에 대해 김정록의원은 “고인은 활동 보조서비스 수급(기본급여) 1등급이었지만,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활동보조서비스) 고작 하루에 3.3시간이었다”며 “자신을(허정석) 부양하기 위해 어머님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고(故) 허정석 씨에게 죽음과 직면한 ‘공포의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허씨처럼 고통 받고 있는 장애인, 아픔과 불편함을 몸으로 때우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는 물론 ‘활동보조 기본급여 확대’ 등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故) 허정석씨가 생전(2010년) 정부기관 등에 올린 청원이 알려지며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다음은 허씨의 청원서 전문이다.

청원서저는 27살이고 태어나면서부터 근육병을 앓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허정석입니다.
제 몸 상태는 초등학교까지는 걸어 다녔는데, 서서히 근력이 떨어지면서 중학교 때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척추측만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지금의 몸 상태는 척추가 140도 이상 휘고 제 스스로 호흡이 힘들어져, 24시간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손가락으로 직접 키보드를 못치고, 화상 키보드 마우스로 글자를 한 글자씩 눌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사도 다른 분들이 먹여 주셔야 하고, 누워 있을 때도 바르게 누워있지 못합니다.
옆으로 누워야 편한데 이 자세도 여기저기 베기고 저려 오래 누워있지도 못해, 부모님께서 잠을 편히 주무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07년부터 활동보조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돌보면서 일하시기에 100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다시 알아봤는데, 제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더 이상의 시간을 늘려줄 수 없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활동 보조인과 제가 손발이 맞아가는 시기는 한 달 정도 걸립니다.
그러나 그 분들 중에는 저희 집이 힘드셔서 관두신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100시간으로는 돈이 안 된다고 관두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현재 힘든 집과 쉬운 집의 시급이 같기에 쉬운 집을 몇 군데 더 다니고, 저 같은 힘든 집은 기피대상이 되어 한번 바뀌게 되면 여러 번 바뀌게 됩니다.
활동 보조인분들이 일을 그만 둔다고 할까봐 꼭 부탁해야 될 일인데도 말하지 못합니다.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관두면 어떻게 할 지 막막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님!
활동보조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근육병 환자들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셔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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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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