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대” 강조한 오바마 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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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린대학에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토론이 불붙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첫 질문으로 리비아의 벵가지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이 던져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말 바꾸기를 공격했다. “몇 주 전에는 러시아를 주적이라고 하더니 알카에다가 주적이라고 한다. 뒤죽박죽 메시지를 보내는 건 리더로서 피해야 할 금기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롬니도 가만있지 않았다. “나를 공격하는 건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미 대선 마지막 3차 토론이 열린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 린 대학은 90분 내내 두 후보 간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이란 핵, 시리아, 중국 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가 주제였지만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이내 일자리 등 경제 분야로 이야기가 흘렀다. 뉴욕타임스는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가 더 공격적이었다며 “공수가 바뀌었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전임자인 공화당 조지 W 부시 정부의 네오콘(미국의 친구가 아니면 적이라는 신보수주의)적 사고를 롬니가 계승하고 있다며 “지금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 문제 해결에서도 “국제 연대를 통한 고립과 제재”를 역설했다.

 반면 롬니는 “강한 미국”을 주장하며 “오바마의 정책은 강한 미국을 버리고 상대 국가에 사과부터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제가 외교안보이다 보니 4년 동안 집권 경험이 있는 오바마가 유리했다. 사례까지 들며 논리를 펴는 데 반해 롬니는 “미국의 힘을 되찾자”는 등 구호를 담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이었다. 토론 뒤 CNN이 ORC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이겼다는 응답은 48%, 롬니가 이겼다는 응답은 40%였다. CBS 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53% 대 23%로 오바마가 롬니를 압도했다. 오바마로선 세 번의 토론에서 2승1패를 기록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토론 성적이 대선 승패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다. 선거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는 “외교안보를 다룬 3차 토론은 1, 2차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덜하다”며 “오바마가 2, 3차 토론을 이겼다고 해도 지지율은 1~2%포인트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롬니가 10월 3일 첫 토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킨 뒤 지지율이 4~5%포인트나 상승한 데는 못 미친다는 의미다.

 이제 미 대선의 ‘공중전’은 끝났다. 남은 건 ‘지상전’이다. 선거일인 11월 6일까지 스윙 스테이트(부동층이 많은 경합 주)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렸다. 오바마 캠프는 남은 2주일 동안 오바마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잠을 자며 9개 경합 주를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에선 북핵 등 한반도 현안이 다뤄지지 않았다. 롬니가 “김정일”과 “북한”을 각각 한 번 언급한 게 전부였다. 롬니는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전 세계 최악의 인물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김정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마주 앉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사과’나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한국이나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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