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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상경영 "고강도 구조조정 없인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은 근본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없는 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도 문제지만 현재의 반도체 침체 국면이 PC 등 구조적 수요 부족에서 온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흑자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진영훈 연구위원은 "현재의 국제시장 상황으로 볼 때 삼성전자의 월별 적자 전환은 시간문제" 라고 말했다.

그나마 실적이 가장 낫다는 재계 랭킹 1위의 삼성이 고강도 살빼기에 나선 것을 비롯해 LG.SK 등 대기업들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해 외환위기 직후 같은 제2차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일고 있다.

◇ 고강도 구조조정=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전체 돈벌이의 80%(6조여원)가량을 차지한 삼성의 기둥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의 위기와 동일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지난 5월부터 외부 컨설팅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최악의 시나리오' 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최고 경영진에 보고된 이 보고서는 최악의 변수만 모아볼 때 삼성전자가 2003년 말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D램이나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업그레이드 사이클과 이에 따른 투자 시기, 현금 비축 규모 등을 감안한 결과 삼성전자가 적어도 2004년 말까지 '비상상황' 은 맞지 않을 것이라던 당초 예측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이 어떤 모양새로 펼쳐질지도 관심거리다.

삼성은 과거 전환기를 맞을 때마다 사업 확장을 주장하는 기획 부문과 내실을 중시하는 재무 부문의 이견이 팽팽히 맞서곤 했지만 이번에는 업종 대결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령 시황에 민감해 주기적으로 고전하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과 수출 호조를 보이는 휴대폰 등 단말기 부문의 비중조정도 주목거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에 건설 중인 2백56메가D램 주력라인(11라인)의 가동을 내년으로 8개월 연기했다.

또 충남 온양의 시스템LSI 라인 신축공사도 중단했다.

문제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어떻게 줄이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의 반도체 매출은 10조여원으로 삼성전자 매출(34조여원)의 30%, 삼성 전체 매출(1백30조원)의 8%를 차지했다.

특히 반도체 순익(5조원)은 삼성 전체(8조여원)의 60%에 달했다.

◇ 미래산업 발굴에 주력=삼성은 사업환경이 불투명해지자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미래 주력사업 발굴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관계사 자금담당자 회의를 열고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시대를 맞아 회사채 발행이나 고정자산 처분 등을 통해 실탄을 비축하는 것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았다.

삼성 관계자는 "신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현금을 확보해 성장.수익성이 있는 신(新)사업영역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겠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1조9천억원의 차입금 중 일부는 갚고 1조~1조5천억원은 회사채 차환발행 등의 방법으로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현재 20여개에 달하는 세계 5위권 품목을 3년 뒤 50여개로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관계사별로 차세대 금맥을 찾기 위한 작업도 독려하고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미 반도체 값 하락이나 선진국 경기 침체는 어쩔 도리가 없는 변수여서 이제 5~1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홍승일.김준현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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