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등 주말의 TV 영화

중앙일보

입력

■ 토요영화

■ 쥬라기 공원 (KBS2 밤 10시35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력과 첨단 특수효과가 만나면 어떤 것이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공룡을 등장시킨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1993년 스필버그가 전세계에서 거둬들인 돈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로 한해 번 수익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상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영화화했지만 스필버그는 원작의 문명비판적 요소와 카오스 이론 등은 빼버리고 오락적인 요소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거대하고 잔인한 공룡이 불러 일으키는 공포와 특수효과가 제공하는 볼거리가 조화를 이룬다.

부유한 사업가 존 해먼드가 코스타리카의 한 섬에 공룡들이 들판을 거니는 기적의 공원을 세운다. 그는 이 공원이 개관하기 직전에 고생물학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신비로운 경관을 선보인다. 그러나 공원의 컴퓨터 시스템이 일시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우리에 갖혀 있던 공룡들이 탈출해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쥬라기의 화석 속에 굳은 모기의 내장에 남아 있는 공룡의 피에서 DNA를 검출, 태고의 공룡을 되살려낸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요즘 '쥬라기 공원3' 가 개봉됐는데 특수 효과면에서는 3편이 낫지만 극적 재미는 1편만 못하다. 샘 닐이 주연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음향상.음악상을 받았다.

원제 Jurassic Park. ★★★☆

■ 007 리빙 데이라이트 (MBC 밤 11시10분)

4대 제임스 본드로 티머시 달튼이 등장한 007시리즈 15탄. 달튼은 역대 제임스 본드와 달리 다정다감한 매력을 풍긴다.

제임스 본드는 오스트리아로 망명을 요청한 구소련 코스코프 장군을 도와주게 된다.

망명한 코스코프는 소련의 푸쉬긴 장군이 서방세계의 첩보원을 전멸하려는 작전을 진행중이란 첩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코스코프는 이 사실을 털어놓은지 몇 시간도 안돼 KGB에 도로 납치된다.

화끈한 액션물이지만 매끄럽지 못한 세트 등 단점이 많이 보인다. 존 글렌 감독. 1987년작.

원제 Living Daylights). ★★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EBS 밤 10시)

술을 마시고 죽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알코올 중독자 벤(니컬라스 케이지) 과 연약한 심성을 가진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 . 영혼이 피폐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나눈다.

벼랑 끝에 몰린 두 인생이 그려나가는, 짧지만 불꽃같은 사랑이 감동적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비평가 협회 등이 1995년도 최우수 영화로 선정했다.

스팅의 발라드 음악이 주연이랄 만큼 큰 역할을 한다. '미스터 존스' 를 연출한 마이크 피기스 감독 작품.

원제 Leaving Las Vegas. ★★★★

■일요영화

■ 카피 캣 (MBC 밤 12시25분)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양들의 침묵' 이나 '세븐' 처럼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포가 섬뜩하다. '양들의 침묵' 보단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세븐' 보단 구성이 탄탄하다.

'카피 캣' 은 타인의 행동.작품 등을 모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영화에선 타인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따라하는 살인범을 뜻한다. 시고니 위버.홀리 헌터 등 할리우드의 연기파 여배우들의 협연, 상영 내내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짜인 각본 등이 돋보인다.

저명한 범죄 심리학자인 헬렌 허드슨(시고니 위버) 은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는 연쇄살인범 전문가. 데릴 리 칼럼(해리 코닉 주니어) 이라는 살인마에 습격을 당한 후에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다. 아파트 현관에 놓인 신문을 집는 것도 두려워할 정도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연속해 발생한다.

여형사 모너핸(홀리 헌터) 은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한다. 이 때 헬렌은 수사진에게 범죄의 유형과 특성을 익명으로 알려준다.

결국 헬렌을 찾아내 수사협조를 부탁하는 모너핸. 이후 헬렌과 모너핸은 살인마에게 조금씩 다가서지만 그들이 범행의 대상이 되는 궁지에 몰리는데….

인터넷을 통해 다음 희생자를 알리는 범인과 또 이를 단서로 범인과 맞서는 수사진의 대결이 팽팽하다. 존 아미엘 감독.

원제 Copycat. 1995년작. ★★★☆

■뮤리엘의 웨딩 (EBS 오후 2시)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1997년) 을 연출했던 호주 출신의 P J 호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내 남자…' 만큼의 유쾌함은 없지만 삶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편협된 여성관을 비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직업도 없는 뮤리엘(토니 콜레트) 이라는 한 여성이 가족과 친구로부터 외면 당하다가 결국 가출을 해 결혼을 하지만 이후 연속되는 비극적 사건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줄거리다. 94년작. ★★★

■ 여고괴담2 (SBS 밤 10시50분)
1998년 서울 관객 76만명을 동원하며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부각됐던 '여고괴담' 의 후편. 고등학교를 떠도는 유령 얘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 교육현실을 비판했다.

전편과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까닭에 여고생들의 내면적인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일종의 팬터지 비슷한 분위기로 영화를 끌고간다.

평소 좋아했던 육상선수 시은(이영진) 이 자기를 멀리하는 것을 비관하여 자살한 효신(박예진) 의 일기장을 우연히 읽게되는 민아(김민선) 를 앞세워 동성애 문제, 폭압적 학교현장 등을 은근히 꼬집는다.

김태용.민규동 감독 공동 연출. 99년작.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