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트로이, 잊혀진 신화'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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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잊혀진 신화/마이클 우드 지음, 남경태 옮김/중앙M&B, 2만3천원
히타이트/비르기트 브란다우 외 지음/장혜경 옮김, 중앙M&B,1만3천5백원

굳이 그리스.로마신화 붐을 들지 않더라도 트로이전쟁을 소재로 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동용부터 영문학과 교재까지 다양한 수준의 책이 나와 있고 치명적 급소를 뜻하는 '아킬레스 건' 등 거기서 비롯된 일상적 비유도 적지 않다.

서양문명의 뿌리 중 하나인 헬레니즘이 성큼 우리 곁에도 다가와 있는 셈인데 두 책은 헬레니즘의 이해를 돕고 있는 교양서로 손색이 없다.

'트로이…'는 미녀 헬레네를 둘러싸고 기원전 13세기에 벌어졌던 트로이 전쟁의 무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물론 논픽션이다. 신화에 불과했던 트로이 이야기가 1백25년 전 독일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이 시작했던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역사로 옮겨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선사시대의 군비경쟁과 호메로스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일까? 아가멤논은 연합함대를 구성할 정도로 힘있고 영웅적인 왕이었을까? 트로이전쟁의 히타이트 버전? 등 질문을 던져놓고 사료와 해석을 통해 3천년 전의 역사를 되살리는 추리의 형식이다.

결과는 트로이 전쟁의 경우 불화의 여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선사한 사과 쟁탈전에서 번진 '신들의 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세계경제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당시 지중해를 지배하던 이집트와 히타이트가 쇠퇴하면서 해상무역을 위해 에게 해로 진출하려던 그리스의 최대 걸림돌은 소아시아의 도시국가들이었다. 그 중 흑해지방의 방대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트로이와 지중해 패권을 놓고 벌였던 싸움이라는 해석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저술가. 저술의 내용은 지금도 진행 중인 트로이발굴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를 두지만 트로이전쟁이 역사적 사실임을 최초로 주장했던 사람의 한 명인만큼 그의 해석은 믿을 만하다.

영국 BBC방송의 특집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어 지도, 현장유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트로이가 가로 세로 각 2백m, 1백50m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아테네와 아프로디테, 아킬레스와 헥토르 등 신과 영웅들이 맞서 대결을 벌인 곳이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보다 조금 큰 장소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히타이트'는 기원전 18세기부터 기원전 13세기까지 지금의 터키에서 일어나 철제무기와 전차를 앞세워 이집트까지 넘보는 대왕국을 이뤘다가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진 히타이트족의 역사를 추적, 복원했다.

세계 최초로 철로 된 왕좌(王座)-당시엔 금보다 철이 귀했단다-에서 제국을 통치한 왕이 있었고 소설 '람세스' (문학동네)에서 이집트왕 람세스의 화려한 승리로 위조된 카데시전투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히타이트인들은 어디서 왔을까?

세계 최초의 성문법, 남녀동등권, 피정복자의 모든 신들을 수용한 관대한 국가를 이루고도 권력의 절정기에 멸망한 이유를 푸는 과정에서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또한 역사와 문화 키워드에 관한 장(章)을 교대로 배치한 편집도 특이하고 덤으로 히타이트인들의 주요리법 네가지를 복원해 실은 것도 독일책답지 않은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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