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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안전’ 넘어 ‘안심’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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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올해 8월 화성 지표면에 착륙해서 화성 탐사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의 동력원은 원자력이다. 이전의 소형 탐사선이 태양광을 이용해온 반면 규모가 큰 큐리오시티는 대용량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사실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산업이 발달하고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아무래도 효율성이 낮은 에너지원보다는 고효율의 에너지원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원자력은 장점이 많은 에너지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연료 공급이 안정적인 에너지, 기술 개발 여부에 따라서는 국산화가 가능한 에너지, 가장 저렴한 에너지 그리고 단 한 번의 연료 공급으로 장기간 가동 중단 없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큐리오시티는 15년, 핵추진 항공모함은 3년, 원자력발전소는 18개월간 추가연료 공급 없이 에너지를 생산한다.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이 주춤해진 듯하지만, 사실 독일을 제외하고는 원전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원전 운영국인 미국은 4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일본도 2030년까지 원전 제로를 언급했다가 신규 원전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원전 정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의 대규모 정전사태와 올여름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겪은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이 2010년 4238억㎾h에서 2024년에는 5516억㎾h로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원자력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최근 정부는 동해안 2개 지역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지역에 건설될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업그레이드한 ‘APR+’ 모델이다. ‘APR+’는 기존 모델에 비해 발전용량은 늘리면서 안전성은 더욱 강화했다. 발전소 내에 전원이 상실돼도 원자로의 안전한 정지와 냉각 그리고 수소 제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자력이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전력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기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넘어 지역주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신뢰와 소통’이다. 원전 선진국의 사례를 충분히 배워야 할 것이다. 예컨대 캐나다의 경우는 원하는 모든 단체들이 공청회에 개입할 수 있고, 그 기간도 충분히 길다. 핀란드의 경우, 원자력 관련 건설의 단계 단계에서 지역주민과 협의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과정은 그 운영시스템에 있어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의견을 꾸준히 듣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지금보다 더 많이 듣고 싶어 한다. 원전당국은 30년이 넘게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다.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원전당국은 국민이 원하는 만큼 소통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민 신뢰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

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