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의 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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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근대화 과정에 대한 총체적 반성은 철학.역사.사회학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과 김동춘의 『독립적 지성은 존재하는?뺐?그렇듯이 『20세기 한국의 야만』도 같은 문제의식 속에 전개된다. 제국주의와 세계 전쟁, 그리고 파시즘과 냉전체제로 점철되는 과정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문명이란 이름으로 전개된 폭력과 광기의 야만성에 대해 역사적 성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시간적으로 20세기 공간적으로 한국에서 벌어진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국가 권력의 폭력 문제를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되돌아 본다. 일제시대부터 이승만 정권까지를 다룬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소장 학자 16명이 항목별로 나눠 공동 집필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다룬 1부에서는 치안유지법과 고등경찰제도 등을 통해 일제가 조선인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살하고 고문하며 한반도 전체를 '감옥이자 공동묘지' 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은폐와 왜곡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파헤친다.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제의 문화재 약탈, 한국인 원폭 피해 등도 다루고 있다. 해방 이후를 다룬 2부에선 제주 4.3사건, 민간인 학살, 한국의 매카시즘과 조봉암의 죽음, 그리고 4월 혁명까지를 살펴본다.

고난의 역사를 책으로 읽는 것만도 숨가쁘게 만드는 이 책은 역사 해석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기본 전제로 내세우고 무엇보다 3.1운동과 4월 혁명 같은 '저항의 역사' 를 존중하며 공식적 역사 해석의 뒤켠에서 잊혀진 기억을 복원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를 다룰 2권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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