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애널리스트 김미연의 합격 확률 높이기] 복잡한 대입 전형 뚫으려면 나만의 장점 알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여의도의 펀드매니저 A씨가 자리에 앉자마자 입시 제도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 살고 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아들이 하나 있다. “아니, 우리 때는 학력고사 하나만으로 대학에 갔는데 지금은 이게 뭡니까? 입학사정관? 그건 공부랑 전혀 상관도 없고 동아리 활동하고 서류 조작해서 대학 가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수시 전형이 왜 그렇게 많고 복잡해요? 같은 시험으로 선발해야 평등한 거죠. 아참, 그건 그렇고 사교육주 매수해야 하는 거 맞죠? 아무튼 우리 아들도 수능 준비만 시키면 좋겠는데 ….”

 A씨는 ‘좋았던 옛날’처럼 수능 100% 대입 전형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대입 전형이 지난 10여 년간 수도 없이 변한 것 같겠지만 ‘창의성·다양성·적성’을 살린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 주식시장은 오랜만에 교육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A씨처럼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입학사정관제가 철폐되고 시험 위주로 대학 입시제도가 개편돼 수능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실제로 굉장히 심플하다. 2013학년도 서울대·고려대의 입학전형을 보면 무엇으로 학생을 선발하느냐에 따라 유형을 총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학생부(내신) / 수능+논·구술 / 외국어 또는 과학우수자 / 수능 이렇게 나뉜다. A씨가 우려하듯 동아리 활동과 서류 조작으로 대학을 간다는 입학사정관 제도는 없으니 안심하시라.

 서울대 수시 전형은 지역균형선발(지균)과 일반전형으로 나뉜다. 지균전형은 학교별로 추천 가능 인원이 2명까지로 일반고 출신 학생부 우수자가 유리하다. 단순히 스펙이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온 나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일반고 학생을 위한 제도다. 이는 고려대 수시의 학교장추천전형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장이 계열별로 2명씩 추천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고 출신 학생부 우수자가 유리하다. 반대로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이지만, 실제적인 변별력은 전공 적성을 보는 구술시험에 있다. 특목고 및 명문고에서 구술을 준비한 학생에게 유리하다. 고려대는 구술이 논술로 바뀌었을 뿐 이와 유사하다. 고려대는 국제·과학전형이라는 특별전형이 있다. 이는 외고와 과학고 출신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에 장점이 있다면 수시 학교장추천전형에, 학생부보다는 논·구술에 유리하다면 수시 일반전형에, 외국어나 과학에서 탁월하다면 수시 특별전형에 매진하면 된다. 복잡하다고 손발 들지 말고 마음 속의 두려움부터 없애자.

교육 애널리스트 김미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