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편가르기식 접근법 여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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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2일 평택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안인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질문이 집중됐다.

 한 기자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은) 1급 기밀이라 국정조사를 통해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라며 “문 후보도 1급 비밀인가가 없어 못 보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게 걱정이십니까? 제가 청와대 근무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문서고, 그대로 이 정부에 이관하고 나왔는데 사실 규명을 위해 제가 볼 수 없다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기자들이 새누리당 측 주장을 전하자 그는 “됐고요”라고 질문을 두 차례 잘랐다. “문제제기도 알고 하셔야죠”라는 말도 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에 안철수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운 이유에 대해서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하는 대사나 참여정부 때 균형외교를 천명했다가 보수 언론과 수구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 등 곳곳에 그런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이 ‘근거 없이’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문 후보가 보수와 진보, 수구와 개혁의 구분법으로 현안을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친노, 비노 구분은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는 식의 발언을 자주 했었다.

 그는 4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간담회에서 기업 대표들에게 “개성공단에서 사업하고 계시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눈치도 보일 수 있을 텐데 야당 대통령 후보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당국에서 뒤에서 뭐라 하고 그러지 않나”라고 걱정스럽게 물어보기도 했다.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된 다음 날인 17일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참배하지 않은 건 알려진 사실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R&R 배종찬 본부장은 “통합과 포용의 모습보다 진영논리가 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현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하는 정치적 환경은 있지만 ‘더 큰 문재인’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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